[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혈압측정과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들

2022. 12. 2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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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북병원장

심장이 수축하면 강한 압력으로 혈액을 대동맥으로 내보내게 된다(수축기). 그 후에는 심장, 정확하게는 좌심실에 혈액을 가득 채우는 동안 대동맥 판막이 닫히면서 더 이상 대동맥으로 혈액을 보내지 않게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혈압을 유지하게 된다(이완기).

따라서 혈압은 수축기의 높은 혈압과 이완기의 낮은 혈압으로 구분된다. 이렇게 심장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횟수는 1분에 60 ~70회 정도가 이상적이다. 심장이 너무 늦게 뛰면 1분 동안 심장에서 내보내는 혈액량은 줄어들게 된다. 반면에 너무 빨리 뛰면 미처 혈액을 다 내보내기도 전에 다음 사이클로 넘어가므로 역시 충분한 혈액을 내보낼 수 없게 된다.

지금이야 몇 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가정용 전자혈압계를 구입하면 쉽게 혈압 측정을 할 수 있지만 처음 혈압을 측정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1733년 영국의 수의사인 헤일즈가 말의 동맥에 놋쇠 파이프를 삽입한 다음 유리관으로 연결하여 그 높이를 측정한 것이 첫 시도였다. 그 후 독일과 프랑스에서 사람의 혈압을 측정했지만 역시 동맥에 관을 삽입하는 방식이어서 보편화되기는 곤란했다.

1855년 독일의 비에로르트는 혈관 내부의 수축기 압력과 같거나 더 높은 압력으로 혈관을 누르면 더 이상 혈관을 통해 혈액을 지나갈 수 없다는 점을 눈여겨 보았다. 그는 혈관 주변에 압박대(cuff)를 감은 후 공기를 집어넣어 혈관을 압박한 다음 맥박이 중단되는 시점의 압력으로 혈압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수축기 혈압만을 측정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1905년 러시아 의사 코로트코프는 손을 이용한 촉감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대신에 청진기를 동맥 부위에 대고 압박대에 압력을 주는 시도를 했다. 그러자 처음에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다가 압력을 가하자 심장이 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압력을 더 높이면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 높은 압력에서 소리가 안 들리는 것은 당연히 예상했지만 낮은 압력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것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확장기 혈압보다 낮은 압력으로 혈관에 압박을 가하면 혈액은 저항없이 혈관을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확장기 혈압보다 높은 압력으로 압박하면 확장기에는 혈액이 통과하는 양이 줄어들다가 수축기에 강한 압력으로 다량의 혈액이 통과하면서 소리가 나게 된다. 따라서 청진으로 수축기와 이완기 압력 모두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다.

강한 압력으로 혈관을 압박한 다음 서서히 압력을 낮추면서 소리가 나기 시작할 때와 멈추는 시점의 압력을 측정하여 수축기와 확장기 혈압 모두를 쉽게 측정하게 됐다. 말의 동맥에서 혈압을 측정하기 시작한 이래 무려 170여년의 세월이 지난 다음에 비로소 혈압 측정이 보편화 된 것이다.

여기서 120/80이라고 하는 수치는 120㎜와 80㎜ 높이의 수은 압력을 의미한다. 이를 물 높이로 환산하면 160㎝와 110㎝에 해당한다. 결코 낮지 않은 압력이다. 지금도 심장수술을 받는 환자 중에서 특별한 경우에는 가느다란 플라스틱 바늘을 넣어 혈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모니터하는 혈압과 기존의 혈압계로 측정한 혈압이 같으므로 기존의 방식 역시 정확함을 확인할 수 있다.

혈압 측정이 간단해지면서 자주 측정할 수 있게 되자 같은 사람이라도 때에 따라 다르게 측정되었다. 이는 휴식을 취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혹은 긴장의 정도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따라서 혈압을 측정할 때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다음에 측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평소에 혈압이 정상인 사람이 의사 앞에 가면 긴장을 해서 혈압이 높게 측정되기도 한다. 흰 가운이 의사를 상징하므로 '백의 고혈압'(white gown)이란 용어를 사용하게 된다.

또 평소에 정상 혈압이었던 환자가 갑자기 혈압이 높게 측정되면 실제 고혈압이 생겼을 수도 있지만 대화를 해보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일 때도 적지 않다. 이때는 신경안정제를 2~3일 처방하고 다시 병원에 오게 해서 측정하면 정상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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