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 "與, 2차 가해 막아달라"

조성은 2022. 12. 2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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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왜 죽어서 그런 소릴 들어야 하나..."
"폭언에 유가족들 쓰러져"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조특위 위원과 이태원참사 유가족 간담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유가족 대표를 위로하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주호영 원내대표님, (분향소에) 왜 안 오셨습니까. 우리 지한이가 대표님을 좋아했었어요. 왜 안 오셨습니까. 저희가 한덕수 총리에게는 정부의 대표로 사과를 가지고 오시라고 말씀 드렸지만, 여당 의원님들에게 사과하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왜 아무도 안 오셨습니까.

저는, 우리 아이들이, 이태원에서 희생되신 분들이 잘못한 건지, 아니면 여기 국민의힘 의원님들이 뭔가 도둑이 제발저린다고 뭐를 무서워해서 왜 못 오시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20일 여당인 국민의힘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협의회(유가족협의회)와 간담회에서 이같이 울부 짖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19명의 유가족이 자리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만희 국조특위 여당간사와 박성민·전주혜·조은희·김형동·정희용·서범수 의원이 참석했다.

주 원내대표는 "저는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대체 이런 일이 대한민국 서울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지금도 상상도 안 되고 이해도 안 된다. 그런데 소중한 자녀분이나 형제를 잃은 여러분 오죽하겠나"라며 "진작 여러분을 뵙고 말씀을 들었는데 늦어서 죄송하다"고 전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 때 제가 정책위의장을 하면서 진상조사에 참여했다. 그때 대한민국에 이런 사건이 다신 있어선 안 된다고 몇번을 다짐했지만 또 이런 일 일어나서 슬프고, 우리 국회도 잘못이 있는 것 아닌가 반성한다"며 "수사든 국조든 또 나중에 필요하다면 특검이든 통해서 진상을 철저히 밝혀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 철저히 책임 묻고 그 다음에 철저한 배·보상과 재발방지위한 대책을 짜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간담회 내내 어두운 표정으로 유가족들의 말을 경청했다. 끄덕이며 메모하는 모습도 보였다.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와의 간담회가 열렸다.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간담회 시작부터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이 대표는 여당의 무관심한 태도를 비판했다. 이 대표의 발언 사이사이, 깊은 한숨이 들렸다. 알아들을 수 없는 울먹이는 목소리들도 들렸다. 이 대표는 여당이 국정조사 특위에서 사퇴한 데에 강하게 항의했다.

"국정조사가 동네 이장회의입니까? 한다고 했다가 안한다고 했다가 이게 뭐하시는 겁니까? 저희 희생자들이 협상의 도구입니까?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진짜? 예산안 처리와 이상민 장관 해임안 교류하시는 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무슨 관련이 있길래 '이거 주면 이거 할게', '이거 하면 이거 줘' (이런 식입니까?) 국정조사가 애들 장난입니까? 국회가, 우리가 그렇게 우습습니까? (중략) 가장 정중하게 말씀드립니다. 내일이라도 당장 (국정조사에) 복귀하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여기저기서 "복귀하십시오"라는 외침이 들렸다. 발언을 이어가는 이 대표의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흥분한 듯 책상을 쾅 내리치기도 했다. 여당 측 인사들의 2차 가해성 발언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얼굴이 벌개지며 숨이 가빠졌다. 유가족들은 하나둘씩 고개를 떨궜다.

이 대표는 김미나 창원시의원의 '시체팔이 족속들'이라 발언, 김상훈 의원의 '참사 영업상' 발언을 두고 "지금 2차 가해는 다른 국민들이 하시는 게 아니다. 어떻게 국민의힘 간판을 가지신 분들은 입들이 다 더럽나"라며 "도대체 왜 번갈아가면서 우리들 죽이려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분향소 인근에서 벌어지는 극우 성향의 신(新)자유연대의 폭언과 모욕에 대해 이야기하며 벌개진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 쉰 목소리로 통곡하는 그에게 주 원내대표가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신 자유연대가) 어제 우리 지한이를 두고, 지한이 엄마에게 자식 XX 시체 팔아서 돈벌라 한다는 얘기를 해서, 지한이 엄마가 (그 얘길 듣고) 기절했습니다. 경찰들, 10월 29일에도 경찰은 없었습니다. (분향소가 있는) 녹사평역에도 경찰은 없습니다. 서 있기만 하고 확성기로 (막말을) 떠들어대는데, 말리지도 않고 되레 우리를 말립니다. 부탁드립니다. 신자유연대를 철수시켜 주십시오. 주 원내대표님, 그럴 수 있는 힘 있지 않습니까? (중략) 우리 지한이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죽어서도 이런 소릴 들어야 합니까! 당신들이 사람이면 그런 걸 보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요. 대표님 제발좀 부탁드립니다. 제가 잘못된 겁니까! 그리고 대표님 제발, 다른 의원님들 입 단속시켜 주십시오. 그게 입입니까 주둥이지! 내일 (국정조사에) 복귀하십시오!"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정치적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여권 내 일부 주장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 이정민 부대표는 "참사일부터 지금까지 저희가 정치적으로 얘기한 게 뭐가 있나. 하나라도 있으면 말씀해 보시라"면서 "저희가 반정부 구호를 외쳤나, 무엇을 했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여러 국회의원님들, 여당에 계신 분들이 저희 주위에 시민단체나 여러 반정부 조직들이 결합해서, 저희가 그런 것에 물들어서 왜곡되고 변질될 것이라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희들은요, 그런 정치 모릅니다. 저희가 어렵고 힘들 때 손을 내밀어주신 분들이 저희에게 최고지 아무런 반응도 안 하는 분들이 저희에게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그런 것이 염려스럽고 우려됐다면 먼저 저희에게 손을 내밀어주셔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따졌다.

이 부대표는 "저희가 요구하는 건 아시겠지만 절대 무리하거나 수용하기 힘든 것들이 아니"라며 "다른 거 바라지 않는다. 국정조사를 제대로 하셔서 저희 아이들이 어떻게 왜,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철저히 진상을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단호한 어조로 "(진상이) 제대로 안 밝혀지거나 국정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게끔 방해할 시에는 저희는 밖으로 나가겠다. 그때는 철저하게 여당에서 지금까지 이야기하시던 그런 모습들을 보게 되실 것"이라며 "자식을 잃은 부모는 두렵지 않다. 저희가 이제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 제발 저희 절박한 마음을 잘 좀 새겨들어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종철 대표와 이정민 부대표의 공개발언이 끝난 뒤 이만희 의원이 비공개 전환을 선언할 때였다. 한쪽에서 내내 오열하던 여성이 일어나 발언을 청했다. 마지막 발언을 허락받은 이 여성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자신을 '가영이 엄마'라고 소개했다. 그리고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손을 모아 허리를 깊이 숙여 호소했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이태원 국정조사 특위 위원-이태원 참사 유족 간담회에서 한 유족이 눈물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우리 아이는 친구가 구급차를 같이 타면서 분명히 '박가영'이라고 얘기했는데도 무연고자로 12시간을 여기저기 끌려다니면서 병원에 이송했다고 합니다. 같이 간 친구에게 마지막을 물어볼 수도 없었어요. 그 아이를 다시 지옥으로 끌어내리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도 물어볼 수 없어요. 걔도 내 새낀데.

제가 걔한테 뭐라했는지 아세요? '잊어라. 잊어야 산다. 가영이 잊어라.' 그런 에미 마음을 아십니까. 우리 아이들 마지막만 좀 알려주세요. 국정조사해서 우리 애들 마지막만이라도 알게 해주세요." 고(故) 박가영 씨 어머니

이후 간담회는 비공개로 전환돼 두 시간 가량 더 이어졌다. 때때로 간담회장 밖으로 고함과 통곡 소리가 들렸다.

간담회가 끝난 뒤 이만희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주 원내대표가 국정조사가 늦어진 점을 사과하면서 늦어진 사유, 현 상황에 대해 말했다"며 "국정조사 특위가 언제든지 가동될 수 있도록 양당 간사 간에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국정조사 복귀 여부를 묻는 질의에 "제가 입장을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주 원내대표도 충분히 들었고, 우리 국정조사 위원들이 다시 모여서 회의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조 기간 연장 여부에 대해서도 "현 단계에서 연장 여부를 고려하지는 않지만, 상황을 보고 추후 고려할 사항이라고 답했다"고 답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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