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우크라 전쟁 계속되면 모두가 `패자` 된다

2022. 12. 2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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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논설위원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1년 내내 충격적 소식이 잇따른 한 해였다. 그 중에서도 지난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 세계에 가장 큰 파장을 미쳤을 것이다. 일본에서 2022년 한해를 상징하는 한자로 '전'(戰)이 선정된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단숨에 수도 키이우 함락을 목표로 했던 러시아였다. 하지만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의 항전에 좌절됐다. 러시아군은 지난 4월 키이우에서 철수했고, 열 달째 접어든 지금도 여전히 전쟁은 진행중이다. 끝이 안보이는 소모전 양상이다. 체감적으론 마치 수년간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향후 전쟁 장기화를 뒷받침하는 정황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10여명의 군사령관들을 불러 모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작전 방향을 논의했다. 최대 우방국 벨라루스를 3년 만에 방문해 군사협력 방안도 모색했다.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내년 1월 대규모 공격이나 키이우 공략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한다. 서방 언론들은 신년 전후 총공격이 감행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러시아가 지난 가을에 소집한 예비역 30만명 가운데 약 15만명이 대규모 공격에 투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만 종전 의지가 없는 게 아니다. 되레 우크라이나는 확전을 꾀하는 느낌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에 대한 장거리 공격을 감행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부 내륙의 랴잔주 랴잔시, 사라토프주 엥겔스시의 공군기지에 드론 공습을 가했다.

랴잔과 엥겔스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각각 480㎞, 720㎞ 떨어진 도시들이다. 엥겔스는 모스크바까지 불과 200㎞라는 근접 거리에 있다. 이들 기지에는 핵무기가 탑재 가능한 폭격기들이 배치되어 있다. 본토 공격은 이어졌다. 쿠르스크주의 군용 비행장, 서부 벨고로드 일대가 공습을 받았다. 이러다간 모스크바까지 공습할 지도 모른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위험한 보복공격에 화들짝 놀랐다. 확전의 기폭제가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쓸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은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장려하지도 않았고 허용하지도 않았다"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전쟁을 멈출 수 있다고 기대했던 대(對)러시아 제재 효과도 신통치 않다. 러시아 경제는 아직도 붕괴되지 않았다. 오히려 눈앞의 숫자만을 보면 러시아가 받은 타격은 '생치기' 정도다. 러시아 정부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2.9%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2008년 리먼 쇼크의 여파로 2009년에 -7.8% 역성장했었다. 그에 비하면 올해 예측치는 '소폭의 침체'일 것이다.

석유 수출이 러시아 경제를 지탱시키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에 가격상한제를 씌었으나 중국, 인도, 터키 등이 저렴한 가격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달 인도에 대한 우랄산 원유 공급은 최소 370만t까지 증가했다. 러시아는 이라크를 제치고 인도의 최대 원유 공급국으로 부상했다.

이런 상황이니 러시아 '돈줄 죄기'는 실효성 자체를 의심받고 있다. 물론 러시아가 침공에 대해 큰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러시아가 중장기적으로 쇠퇴해 나갈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럼에도 전쟁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새해가 다가오건만 전쟁이 끝날 기미가 안보인다. 전쟁 지속으로 인해 세계 질서는 점차 분절화되는 모양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에너지·식량 위기 등 세계 경제도 계속 휘청거리고 있다. 희생은 오롯이 민초들 몫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양국 국민 모두가 고통을 강요받고 있다.

내년을 또 전쟁과 함께 지새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빨리 종전이 되지 않으면 결국 모두가 '패자'가 될 것이다. 외교적 해법 모색에 국제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다. 평화를 되찾기 위한 국제사회의 결속력과 중재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다. 평화의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국제사회의 공통된 책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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