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복당은 이재명 방탄 강화용?…"비대위원장 노릴 수도"
민주당 비명계 일부가 이재명 대표의 용퇴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사법리스크를 총선까지 끌고 가서는 안 된다는 건데요. 이 대표는 복당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방패막이 돼주길 기대하는 눈치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한 얘기를 박준우 마커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여기 민주반이 있습니다. 반장은 이재명 대표인데요. 반장의 오른팔인 부반장은 1등 최고위원 정청래 의원이 맡고 있죠. 학급 임원들이 정한 이 반의 급훈, 바로 "방탄!"인데요.
[이재명 :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가겠습니다!]
검찰이 이 대표를 향한 수사망을 점점 좁혀오고 있죠. 임원들은 반장인 이 대표를 중심을 똘똘 뭉쳐 야당 탄압에 대응하자는 생각인데요. 하지만 기대와 달리 학우들의 여론은 크게 둘로 나뉘었습니다. 급훈에 충실하자는 '방탄파'와 반장이 탐탁지 않다는 '포탄파'인데요. 그렇잖아도 포탄파는 이 대표가 반장에 당선됐을 때부터 내심 부글부글 끓고 있었습니다. 이 대표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학급을 방패로 삼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는데요. 이제는 포탄파의 인내심도 임계점을 넘은 듯합니다. 반장 사퇴를 공개적으로 외치고 있는데요.
[이상민/더불어민주당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어제) : 법률적으로 대응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과 무관하게, 당과는 거리를 둬서 이재명 대표가. 그러려면 지금 당대표직을 수행하는 것이 이재명 대표를 위해서도 또 더불어민주당, 당을 위해서도 별로 그렇게 지혜롭지는 않죠.]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 포탄파의 좌장급 인사인데요. 2024년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선 이 대표가 용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이 대표가 반장을 계속 맡는 건 여권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란 건데요.
[이상민/더불어민주당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어제) : 지금 여권의 의도는 말하자면 이재명 대표의 어떤 그런 사법적 의혹을 민주당하고 동일시, 묶어버려서 꼼짝달싹 못 하게 하려고 하는 것. {총선 전까지 쭉.} 네, 방탄 민주당이다, 또는 발목잡기 하는 민주당이다. 그리고 의석수가 많은 거야, 의석수가 많은 거대 정당, 야당이 말하자면 힘을 엄청 오남용하고 있다, 이런 이미지를 덧씌우는 거겠죠.]
이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총선까지 이어지면 학급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요.
포탄파 내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친문계의 싱크탱크죠. 최근 '민주주의4.0 연구원' 소속 의원들 40여 명이 모여 총회를 열고 2기 이사장을 새로 선출했다고 하는데요. 친문에 이어 친노 성향 의원들도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노무현 정부 출신 현역 의원 30여명이 오늘 저녁을 함께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데요. 노무현 정부 당시 부총리를 역임한 김진표 국회의장이 의장 공관에서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참석자들은 송년회일 뿐 별다른 정치적 의미를 지닌 모임은 아니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는데요. 다만 식사 자리에서 당내 상황과 다음 총선에 대한 얘기도 나오기 마련이겠죠. 이 대표에게 결코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닐 것으로 보이는데요.
[윤건영/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아마 당시 김진표 의장님께서도 내각에서 일을 하셨기 때문에 관련되신 분들이 송년 모임을 하시는 것 아닌가 추측하고 있습니다. {의원님은 아예 초대를 못 받으셨습니까?} 예, 왕따인 것 같습니다. {섭섭하시겠네요.} 아니, 별로요.]
이 대표로선 반쪽짜리 반장이 된 상황이 못마땅할 텐데요. 그래도 대내외적인 압박에 맞서 방탄파의 결속 다지기에 나섰습니다. 어젯밤 공식 SNS와 팬카페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는데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12월 19일 / 음성대역) : 길고 깊은 겨울이 옵니다. 추울수록 몸을 서로 기대야 합니다. 동지 여러분, 함께 힘을 모아 이겨냅시다.]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등 대장동 수사의 마지막 관문을 향해 달려가고 있죠. 이 대표에게 대장동 수익이 흘러들어갔는지를 확인하는 게 관건인데요. 이 대표는 이런 상황을 '길고 깊은 겨울'이라고 표현한 듯 합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트위터에 말씀 올리셨는데 그건 좀 어떤 취지에서 올리셨는지 궁금해서요. 혹시 뭐 최근에 검찰청 상황 염두에 두신 건지…} 그냥 읽어보신 대로죠, 뭐.]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이 대표가 재영입한 인재,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란 말이 나오는데요. 박 전 원장의 복당 승인은 방탄 업그레이드를 위한 이 대표의 정무적 선택이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복학생 박 전 원장은 이 대표를 위해 정치 10단의 내공을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는데요.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KBC 광주방송 '뉴스와이드' / 어제) : 아무리 야당 탄압을 했던 박정희, 전두환 때도 김대중 대통령은 살아남았습니다. 사실이 아니면 살아남죠. 그리고 지금 현재 검찰에서 이재명 대표한테 구체적으로 '뭐가 있다', 또 누가 이렇게 진술하는 사람도 없잖아요. 그런데 그걸 가지고 일방적으로 '이재명이다' 하는 것 자체가 탄압 아니에요.]
박 전 원장 역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검찰의 타깃이 된 마당이죠. 자신을 보호해줄 울타리가 필요했을 텐데요. 결국 이 대표와 박 전 원장이 상리공생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는 해석입니다.
[장성철/공론센터 소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박지원 원장도 지금 '기소 당하나, 구속 당하나' 막 이러한 사법처리의 기로에 서 있잖아요. 그래서 이제 민주당이라는 방패막이가 필요한 것 같고 이재명 당대표로서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현란한 말솜씨, 그리고 프레임 잡아가는 것을 통해서 '나 좀 더 보호해 주세요'라는 그러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다만 부반장 정청래 의원의 속은 편치만은 않습니다. 정 의원은 친위대장으로서 그간 이재명 지키기의 선봉에 서왔는데요.
[영화 '광해' : 도 부장, 그자는 가짜요! 임금이 아니란 말이오! {그대에게는 가짜일지 모르나 나에게는 진짜다!}]
정 의원은 처음부터 의뭉스러운 복학생은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반대해왔죠. 하지만 반장이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한 발 물러났는데요. 여전히 복학생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이재명을 지키자는 것이 결국은 당을 지키자는 것이고 당을 깬 분이었기 때문에 그 병이 또 도질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예방주사, 경계 차원에서 말씀을 드린 거고 그렇지만 또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독감이 안 걸린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계속 철책 경계 근무를 하겠다는 것이고…]
박 전 원장에게 또 다른 속셈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죠. 그래도 일단 속는 셈 치고 믿어보겠다고 했는데요.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그런데 본인이 이재명 당대표를 중심으로 잘한다고 하셨으니 그 말을 또 믿어야죠. 이제 박지원 전 원장이 들어왔으니 메기 효과를 저는 기대합니다. 분란을 일으키는 말썽쟁이 의원들 다 진압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 전 원장에 대한 경계심에는 일면 경쟁심도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메기효과, 막강한 새 경쟁자의 등장이 기존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뜻하는데요.
[JTBC '장르만코미디' : {어 온다!} 드디어 메기가…포스가 장난이 아니에요!]
정 의원으로선 친위대장 자리를 놓고 박 전 원장이란 강력한 경쟁자와 겨뤄야 할 수도 있는 셈입니다. 박 전 원장도 이미 친위대장에 대한 포부를 밝혔는데요. 정 의원으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KBC 광주방송 '뉴스와이드' / 어제) : 당면한 문제인 이재명 대표에 탄압을 이길 수 있도록 저도 노력을 하고 결국 내후년 총선과 다음 정권 교체를 반드시 민주당이 이루어낼 수 있도록 이 박지원의 모든 것을 바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봉에 서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러면?} 감사합니다. 제가 선봉 이런 얘기보다는 역할을 다 하겠다.]
정 의원, 박 전 원장에게 같은 '메기'로서 '말썽쟁이 의원들'을 정리해달라고 주문했는데요. 포탄파를 가리킨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포탄파 의원들은 '정어리'인 걸까요? 메기효과의 뜻은 정어리가 가득 담긴 수조에 천적인 메기를 풀어놓는 행위에서 유래했죠. 메기를 풀면 정어리들이 잡아먹힐 것 같지만 오히려 정어리들이 생존을 위해 꾸준히 움직이다 보니 오래도록 싱싱하게 살아남는데요. 정 의원의 바람과 달리 포탄파의 세가 더 커지는 역효과가 발생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제가 뭐 그들의 속셈을, 시나리오를 알 수는 없는데 앞으로 하여튼 박지원 전 원장이 잘 막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런 역할을 하시겠다고 지금 복당 신청했잖아요. 그런데 제가 진지하게 한말씀 드리면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박 전 원장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는데요. 포탄파의 또 다른 구심점인 설훈 의원, 이 대표에게 "당 대표를 내려놓으라"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던 바 있죠. 박 전 원장이 이재명 지키기에 실패하면 바로 이 대표의 빈자리를 노릴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장성철/공론센터 소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이재명 당대표가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돼가지고 당대표직을 그만두게 되면 '민주당 지금 정치력 있는 중진 정치인 없지, 구심점 없지, 내가 민주당의 비대위원장도 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도 하지 않을까, 개인적인 정치적인 욕심도 보인다고 말씀드립니다.]
박 전 원장과 '박남매'로 통하는 이죠. 박영선 전 장관도 비슷한 예측을 내놨습니다.
[박영선/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이재명 대표가 혹시 사법리스크로 위험해지면 박지원 전 원장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역할?} 잘 모르겠습니다. {이를테면 비대위원장?}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아마, 어떤 형태로든…]
자, 오늘(20일)은 이재명 대표와 돌아온 박지원 전 원장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분위기를 전해드렸는데요. 박 전 원장을 받아들인 이 대표의 선택은 신의 한 수일까요, 아니면 악수일까요? 과연 복학생의 본심은 뭘까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영화의 한 장면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영화 '광해' : 이 칼은 나를 위해서만 뽑는 것이다! 꼭 기억해두거라! 어떤 것 같소? 넘어온 것 같소? {워낙 호락호락한 자가 아닌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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