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회계장부 들여다보나…노동부, 해외사례 검토
노조 지원 국고보조금 관련 "문제 있으면 추가 조사 예정"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정부와 여당이 노동개혁 일환으로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의 재정 운영 실태 등을 거론하고 나서면서 '노조 회계 투명성'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당국은 노동조합 재정 투명성 제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해외 사례 검토에 나서기로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0일 연합뉴스에 "현행법 제도에 근거해 노조의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노사와 이해관계자, 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들과 해외사례 검토 등의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의 재정 투명성과 관련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지도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노조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과 관련해서는 "정부는 개별 지원사업의 관련 규정에 따라 철저한 절차를 거쳐 집행의 적절성을 판단하고 있다"며 "문제가 되는 사항이 있으면 관련되는 법과 규정에 따라 추가적인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방침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그간 노조 활동에 대해 햇빛을 제대로 비춰서 국민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한 총리는 노조 재정 운영의 투명성 등 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에 대해 정부가 과단성 있게 적극적으로 요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 발언 이틀 만인 이날 오전에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이 총리 발언 내용을 거들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113만명에 이르고 연간 조합비가 무려 1천7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노조들은 정부, 지자체로부터 수십억 원 이상의 예산 지원을 받는다"며 "이런 거액의 돈이 외부 감사의 눈길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노조의 회계 투명성에 관한 현행법의 규정 미비로 인한 것으로, 미국이나 영국은 대부분 독립적인 외부회계기관의 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결산 내역만 공개한다"며 "우리나라도 법률 정비로 노조 회계가 정부 혹은 독립적 외부기관의 감사를 받게 해야 한다"며 관련 입법 필요성을 주장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노동조합 회계에 대한 감사 규정을 강화한 이른바 '노조 깜깜이 회계 방지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노동조합 회계감사자의 자격을 공인회계사 등 법적 자격 보유자로 규정하고, 노조 내 회계 담당은 감사업무에서 배제하도록 규정한 것 등이 골자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는 노조 대표가 회계감사원으로 하여금 노조의 모든 재원과 용도, 주요 기부자 이름 등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하게 하고 그 결과를 전체 조합원에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지만 정부가 노조의 재정 운영 투명성을 관리·감독할 근거 규정은 없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은 정부가 노조의 재정운영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논란을 부를 수 있다.
민주노총은 여당의 노동조합법 개정 추진에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대변인 명의 입장문에서 "금일 노조법 개정안 발의는 참으로 후안무치한 처사"라며 "노동 개악 시도를 앞두고 민주노총 등 노동계 반발·저항이 뻔한 상황에서 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하 의원의 노조법 개정안 발의에 대해 "노동조합의 독자적인 회계감사권을 박탈해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며 "실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1년 예산이 1천억원을 넘는다는 주장에도 "무지에서 오는 거짓 선동이다. 사업비 총액은 연 200억원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노동계는 정부·여당 관계자들의 이 같은 발언과 움직임이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서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본다. 정부의 거듭된 압박 끝에 화물연대의 파업이 종료된 기세를 몰아 노동 탄압을 이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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