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고용 삭풍`] 홈플러스, 정규직 나가자 알바로 충원… 기업, 인건비 줄이기 고육책
KB증권 입사 1년미만도 대상자
LG디플 3∼7개월 자율휴직 검토
직원 채용줄자 2명 몫 이상 담당
재계 "稅 인하 등 투자유인 필요"
홈플러스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줄어든 매장 인력을 정규직 대신 계약직과 단기 아르바이트로 채우고 있다. 금융·증권업계는 희망퇴직 신청 연차를 40대까지 낮춰 인력감축에 한층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일할 사람이 없다며 아우성치던 산업 현장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어떻게 하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경기침체 장기화 조짐에 금리까지 올라가면서 기업들은 이제 성장이 아닌 생존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직원들은 사람을 뽑아주지 않아 2명 몫 이상의 일을 하고 있다며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규직 자리에는 비정규직·알바=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일부점포가 9월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하던 계산대 직원들을 단기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수산·축산·조리제안·가공일용 부문에서도 계약직, 단기 아르바이트생 채용이 진행되고 있다.
홈플러스 매장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수산코너 등 직영 매장 정규직 직원들이 정년퇴직을 해 결원이 발생했는데도 사람을 정규직으로 채우지 않은 지 오래"라며 "단기직을 뽑을 게 아니라 정규직을 뽑아 충원해줘야지 안 그러면 남아있는 사람들만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홈플러스) 측에 사람 뽑아달라고 했지만, 돌아온 것은 지금도 인력이 많아 감원해야 한다는 식의 답변 뿐"이라며 "수요가 급증하는 특정 기간에 짧게 알바를 뽑는 경우는 있었어도 본격적으로 이렇게 3개월 내내 계약직, 단기알바 채용 공고가 매장 안에 나붙은 것은 20년 근무하면서 처음 본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감원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제조·유통 등 희망퇴직 쏟아져= 수협은행은 지난달 15년 이상 근무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최종 대상자 확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도 이르면 연내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점포 축소 등으로 매년 희망퇴직을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의 경우 지난 15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2년 만의 희망퇴직으로 대상은 1982년생 이상 정규직 직원이다. 다올투자증권도 지난달 2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입사 1년차 미만에도 월 급여 6개월분을 보상해주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DGB금융그룹 계열 하이투자증권도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케이프투자증권은 법인부(법인 상대 영업)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고 관련 사업을 중단했다. 해당 부서에 소속됐던 임직원 약 30명 가운데 일부는 아예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제조·서비스업도 마찬가지다. LG전자 베스트샵을 운영하는 하이프라자도 희망자를 대상으로 근속 연차에 따라 기본급 4∼35개월치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올해 실적 부진을 경험한 LG디스플레이는 사업구조 재편에 따른 인력 운영 효율화 방침에 따라 일부 인원을 계열사에 전환 배치하기로 한 데 이어 생산직 직원 대상으로 3∼7개월씩 한시적으로 자율 휴직을 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기불황·고용위축 내년 더 심각"= 올해 경기 불황은 내년 고용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람인 HR연구소가 최근 기업 39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6.7%가 채용 규모를 올해보다 축소하거나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채용을 중단 또는 축소한다는 응답은 대기업(47.8%)의 비율이 중견기업(40.6%)이나 중소기업(32.8%)보다 더 높았다. 고용의 질적 악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인크루트 조사에서도 올해보다 채용을 늘릴 것이라는 답변은 10.3%에 그쳤고, 채용 계획보다 적게 뽑거나(31.1%) 채용 계획이 없을 것(18.4%)으로 예상하는 답변이 절반에 달했다.
기업들은 경기 불확실성에 내년 사업계획의 키워드도 '긴축'으로 가닥을 잡아놓은 상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의 30인 이상 기업 24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경영 계획을 수립했거나 초안을 짠 기업 중 90.8%가 현상 유지(68.5%) 또는 긴축 경영(22.3%)을 하겠다고 답했다.
긴축 경영을 택한 기업 중 72.4%는 구체적인 시행계획으로 전사적 원가 절감을 택했다. 인력 운용 합리화(31.0%)와 유동성 확보(31.0%)도 뒤를 이었다.
◇재계 "법인세 인하 등 투자 유인해야"= 재계에서는 정부가 법인세를 파격적으로 인하하는 등 기업의 투자와 고용확대를 유인할 마중물을 마련해야 한다고 읍소했다. 이대로 놔두면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 같은 경기침체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여력을 저하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올해 79만1000명에서 내년 8만4000명으로 대폭 축소된다고 예상했다. 정부도 6월 전망에서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올해 60만명, 내년 15만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궁극적으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일자리가 계속 창출된다는 것은 저임금·저숙련 일자리가 확대된다는 뜻"이라며 "이는 고용의 질 악화, 노동시장 양극화 등 부작용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김수연·강길홍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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