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로 탓 ‘산재 자살’ 가장 많은데, 집중근로 늘릴 땐가

한겨레 2022. 12. 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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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근로복지공단에서 '자살 산재' 판정을 받은 사례 가운데 과로가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된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분석한 결과다.

특히 '직장갑질119'가 같은 기간 '자살 산재' 승인이 난 196건 가운데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자료를 받은 161건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분석해보니, 노동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가장 큰 사유가 '과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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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월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간 제도 개편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3년간 근로복지공단에서 ‘자살 산재’ 판정을 받은 사례 가운데 과로가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된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분석한 결과다. 우리나라의 일터에 여전히 죽음을 떠올릴 정도의 과로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정부는 ‘노동시간 유연화’라는 미명 아래 ‘몰아서 바짝 일하기’를 부추기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어 우려가 크다.

<한겨레> 20일치 보도를 보면, ‘직장갑질119’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산재 신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살로 인한 산재 신청 건수가 2019년 72건에서 지난해 158건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도 2019년 47건에서 2021년 88건으로 늘었다. 특히 ‘직장갑질119’가 같은 기간 ‘자살 산재’ 승인이 난 196건 가운데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자료를 받은 161건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분석해보니, 노동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가장 큰 사유가 ‘과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로가 58건(중복 사유 포함)으로 전체의 36%를 차지했다. 징계 및 인사처분(32.3%), 직장 내 괴롭힘(29.8%)이 뒤를 이었다.

과로를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주 52시간 상한제’를 실질화하기보다는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악’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1주 12시간’인 연장근로의 정산 기간을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산 기간이 길어질수록 장시간 몰아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 집중근로에 따른 과로 가능성도 커진다. 예컨대, 정산 단위를 분기로 할 경우 최장 4주 연속 69시간 근무도 가능해진다. 고용노동부 고시인 ‘뇌심혈관 질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은 노동자가 4주 연속 64시간을 초과해 일한 경우 질병과 업무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한다. 정부의 노동시장 개편 방안을 두고 노동계에서 ‘과로사 촉진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와 여당은 올해 말 종료 예정인 ‘30인 미만 사업장 주 52시간제 적용 유예’ 조처에 대해서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1년6개월을 미뤘는데 적용 예외 기간을 더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기업 활동의 자유 못지않게 노동자의 건강권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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