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3개 늘리면 月 700만원 더 버는데…100만원 내면 무사통과

이광식/원종환/김우섭 2022. 12. 2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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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한국경제신문 취재팀이 찾은 A식당은 주말을 맞아 외식을 나온 손님들로 가득 찼다.

이 식당의 임대료는 이전보다 월 30만원 올랐다.

이 식당의 월매출 1억원 중 약 1600만원은 증축 공간에서 나온다.

불법 증축으로 월 1600만원 매출을 추가로 올리고 있는 B식당의 경우 연 230만원 정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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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벌금 내고 버티면 된다…배짱장사의 유혹
돈 되는 창가자리 늘리려
건축물대장 경계 밖으로
공간 넓히고 지붕 설치
이행강제금 턱없이 적어
벌금 납부하는 게 남는 장사
그나마도 年 1회 내면 끝
각종 안전사고 우려에
강제철거집행 사실상 사문화
20일 서울 서교동 골목길의 한 음식점. 가게 바깥 테두리를 따라 불법 증축한 공간이 비닐로 가려져 있다. 이 음식점은 이 공간에 테이블을 여러 개 놓고 영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이 자리에서 이행강제금의 80배 매출이 나옵니다. 누가 포기하겠습니까.”(서울 서교동 A음식점 대표)

지난 18일 한국경제신문 취재팀이 찾은 A식당은 주말을 맞아 외식을 나온 손님들로 가득 찼다. 눈에 띄는 것은 도로 일부를 막고 새롭게 지은 가건물. 건축물대장에 표기된 경계 밖으로 폭 2m, 길이 5m 공간을 만들어 여러 개의 테이블을 놨다. 이 공간에도 빈자리는 없었다. 이 음식점 대표는 “이 자리에서 추가로 월 700만원 정도의 매출이 나온다”며 “불법이지만 법에 따라 벌금만 제대로 내면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도심 골목을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는 주범은 음식점, 호텔 등의 상가 건물이다. 늘어난 유동인구에 비해 이를 수용할 공간이 비좁다 보니 법을 어겨서라도 확장에 나선 것이다. 한 상인은 “지키는 게 손해인데 언제 누가 법이나 안전 같은 걸 생각하겠냐”고 했다.

단속 권한이 있는 구청의 미온적인 태도가 불법 건축물 증가에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먹고살겠다는 건데 모질게 단속하긴 어렵다”는 시각이 강하다 보니, 누군가가 신고해야 마지못해 현장을 방문하고 불법 ‘딱지’를 붙였다. 최대 2회까지 매길 수 있는 이행강제금 역시 연 1회 부과하는 등 소극적이다.

임대료 수입을 늘리려는 건물주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부추긴 또 다른 축이다. 임대료를 조금이라도 올려 받기 위해 세입자의 불법 증축을 돕거나 유도하는 사례가 많다. 이행강제금을 대신 내주고 있는 서교동 A음식점 건물주 역시 불법 건축의 실질적 수혜자다. 그가 내주는 이행강제금은 연 100만원 미만. 이 식당의 임대료는 이전보다 월 30만원 올랐다. 추가로 연 260만원의 수입이 생긴 것이다.

불법 증축된 복층

붐비는 지역일수록 불법에 대한 보상이 더 크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총면적 230㎡인 B식당은 시멘트 벽돌과 비닐을 둘러 무단으로 35㎡가량의 공간을 증축했다. 2018년 불법 건축물로 적발됐다. 이 가게가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약 200명. 이 가운데 30여 명은 불법 증축한 공간에서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인원이다. 이 식당의 월매출 1억원 중 약 1600만원은 증축 공간에서 나온다. 해당 가게의 매니저(33)는 “새롭게 꾸민 증축 공간이 SNS에서 유명해지면서 손님이 두 배 늘었다”고 말했다.

이행강제금은 상인들로부터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취급받고 있다. 건축법에 따르면 골목을 침범해 무단 증축한 건물은 이행강제금을 ‘1㎡당 시가표준액×위반 면적×0.5’로 계산해 낸다. 불법 증축으로 월 1600만원 매출을 추가로 올리고 있는 B식당의 경우 연 230만원 정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물주들은 이행강제금을 불법 증축 사용료로 생각한다”며 “부과 금액 조정을 통해 불법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골목길 안전과 통행권이 과거보다 더욱 위협받는 상황이지만 이행강제금 부과 금액은 줄어드는 추세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 이행강제금 부과 금액은 2019년 977억원에서 지난해 868억원으로 11.1% 줄었다. 김 의원은 “구청이 불법 상가 건물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행강제금보다 제재 수준이 높은 행정대집행 제도는 사실상 사문화됐다. 행정대집행은 구청이 나서서 강제로 철거하는 제도다. 하지만 2009년 사망자 6명이 발생한 ‘용산 참사’ 이후 공무원 사이에서 기피 현상이 심해졌다. 최종모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재해 발생 가능성 등 행정대집행에 나설 수 있는 사례가 극히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광식/원종환/김우섭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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