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유령법인 매도→잠적…세입자 울린 ‘빌라왕’ 수두룩
피해자 69% ‘2030’… 수도권 집중
40대 임대업자 3명은 A빌라의 전세보증금으로 B빌라를 사고, B빌라의 전세금으로 C빌라를 사는 식으로 서울 소재 빌라를 다수 매입했다. 이들은 보증금 반환이 어렵게 되자, 자신들이 소유한 모든 빌라를 유령 법인에 매도한 뒤 잠적했다.
국토부가 수사 의뢰하는 106건에 연루된 법인은 10개, 혐의자는 모두 42명이다. 빌라왕 김씨의 사례처럼 무자력자를 내세운 전세사기 의심 사건 16건도 포함됐다.
혐의자는 임대인이 25명으로 가장 많았고, 공인중개사(6명), 임대인 겸 공인중개사(4명), 모집책(4명), 건축주(3명)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42.9%로 가장 많았고, 50대는 23.8%, 30대가 19.0%였다. 거래 지역은 서울(52.8%), 인천(34.9%), 경기(11.3%)가 대부분이었다. 피해자는 20대(17.9%)와 30대(50.9%) 젊은층의 비중이 컸다.
범정부 차원의 전세사기 전담 지원반도 구성된다. 법무부와 국토부는 이날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법률지원 합동 태스크포스(TF)’의 첫 회의를 열고 향후 운영방향 등을 논의했다. TF는 빌라왕 사건 피해자들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한편, 전세사기에 대한 종합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TF엔 두 부처 외에 경찰청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대한법률구조공단,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법무부 법무실장(직무대리)과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이 TF 팀장을 함께 맡기로 했다.
김예림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금액을 잃은 이들이 너무 많을 것”이라면서 “대출을 연장하고, 법률적 다툼이 있다 하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지급하는 방향으로 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여러 전세제도들이 생겼지만 늘 세입자들이 ‘깡통전세’ 등의 피해를 봤다”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 장치를 강화해야 했지만 미비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세금을 떼이지 않도록 전세보증금을 반환하는 보험상품에 의무적으로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가 빌라의 세입자는 전세보증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조차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집주인이 부담하거나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세준·박진영·장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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