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 인하, 물가상승 장기 목표 수렴한다는 확신 있을 때"
"원·달러 환율 기조 변화 살펴봐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해 "물가 상승세가 중장기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한다는 보다 확실한 근거가 있을 때 인하 논의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금통위원들과 이 문제를 새로 논의하지 않았다. 1월에 보다 자세히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확실한 근거가 있기 전까지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지난 11월 금통위원 대부분의 의견"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이날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내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오름세는 점차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긴축 유지 기간 등 통화정책 균형을 어떻게 조절할 것이냐는 물음엔 "가장 큰 고민거리"라며 "경기, 외환시장 상황 등 거시변수를 종합적으로 보고 있고, 1월에도 전망치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지금 금리 인상 국면을 이용해 디레버리징을 해나가야 한다고 보나.
=지금 우리나라가 디레버리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계부채는 상당한 중장기적 위험이고 구조적 문제다. 금리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택 금융의 구조적 형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가계 전체적인 고정금리·변동금리, 선분양·후분양 등 많은 것이 관련돼있다. 디레버리징도 단기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것이 아닌, 중장기로 살펴야 할 문제라고 말씀드린다.
-11월 경제전망 당시와 비교해 내년 물가 전망 조정 가능성은.
= 11월 전망 때는 전기요금이 올해 인상 폭 정도로 내년에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11월 전망 당시보다 낮아졌는데, 낮은 수준이 계속될지는 불확실성이 크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장 큰 불확실성이다. 일단 직관적으로 느끼고 있는 상황은 지난 전망보다 유가 수준은 떨어졌고, 전기 요금은 오를 것 같다. 정부 발표 이후 검토하겠다.
-물가 추세가 아래쪽으로 돌아섰다는 확신이 든 뒤 금리 인하를 검토하면 너무 오래 긴축이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물가 안정을 섣부르게 (확신해도) 안될 것 같은데, 균형을 어떻게 잡아갈 것인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 게 이런 이유다. 물가상승률 2% 목표치를 보며 결정한다고 해서 2% 근처로 가야 정책을 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중장기 흐름을 예측하면서 (물가가) 목표치로 수렴하느냐 아니냐를 보는 것이다. 당연히 너무 늦게 대응하면 경기침체 악화 가능성이 있고, 너무 일찍 대응했다가 물가가 다시 오르면 통화정책의 신뢰를 상실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두 위험을 잘 고려해 예측해야 한다. 한은은 경기, 외환시장 상황 등 거시변수를 종합적으로 보고 있고, 1월에도 전망치를 점검할 계획이다.
-외환시장의 경우 지난 10월 초반까지 비정상적인 폭으로 환율이 급등해 정부와 한은이 대응했다. 다시 해외 요인이 발생해도 이전처럼 불안정할 요인은 없다고 보는지.
=환율은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 9월과 10월에 환율이 올라간 것은 미국 금리 인상 정도가 모든 시장의 예측보다 빨라 달러 강세 흐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미국 일방적인 금리 인상으로 한쪽으로만 기대가 쏠렸고 일본과 중국의 낮은 이자율로 인해 원화 절하 폭도 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말했듯이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그런 면에선 위험성이 줄었지만 불확실성도 아직 있다. 빠른 속도로 오른 영향이 길고 오래 지속될 경우의 기조변화가 어떻게 될지는 살펴봐야 한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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