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당정치 상식 무너뜨린 국민의힘 ‘졸속’ 경선룰 변경

한겨레 2022. 12. 20. 18: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민의힘이 20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민심'을 완전히 배제하고 '당심'만으로 당대표를 뽑는 방식의 당헌 개정안을 가결했다.

전날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원투표 100%'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의결한 지 하루 만에 원안대로 통과시킨 것이다.

당심(당원투표)과 민심(국민 여론조사)을 '7 대 3'으로 반영하는 기존 룰은 지난 18년 동안 국민의힘 당 지도부 선출의 규준이 돼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국민의힘이 20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민심’을 완전히 배제하고 ‘당심’만으로 당대표를 뽑는 방식의 당헌 개정안을 가결했다. 전날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원투표 100%’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의결한 지 하루 만에 원안대로 통과시킨 것이다. 이제 23일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한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를 한번 더 열어 의결하면 경선 룰 변경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당심(당원투표)과 민심(국민 여론조사)을 ‘7 대 3’으로 반영하는 기존 룰은 지난 18년 동안 국민의힘 당 지도부 선출의 규준이 돼왔다. 국민의힘은 한나라당 시절인 2004년 ‘노무현 탄핵’을 밀어붙였다가 역풍을 맞자 민심을 반영하고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며 이 규정을 처음 만들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원들이 당대표를 뽑는 것은 당연하다”며 “비당원 여론조사를 병행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애초 자신들이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갑자기 파기하는 데 대한 반성과 사과는 없었다. 이래서야 앞으로 국민의힘이 또 어떤 쇄신안을 들고나오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백번 양보해, 시대와 상황 변화에 따라 룰을 바꿀 수 있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당 운영의 근간에 해당하는 경선 룰을 바꾸려면 당 안팎의 의견 수렴 절차를 충분히 밟는 게 상식이다. 내년 3월 초 전당대회를 불과 두달여 앞두고 경선 룰을 바꾸는 데 대해 당내 반대와 우려가 속출하고 있다. 민심 지지도가 높은 유승민, 안철수 등 당권 주자들은 물론, 중진 그룹에서도 “괜한 헛심 들이지 말라”(서병수 의원), “당의 흑역사로 남을 것”(하태경 의원) 같은 비판이 나온다. 이런데도 비대위는 애초 계획했던 ‘당내 룰 개정 선호도 조사’를 취소했고, 토론회나 의원총회도 열지 않고 있다. 동네 친목회도 이렇게는 안 할 것이다.

민주적 정당 운영 원리마저 무시하는 집권여당의 무리한 밀어붙이기가 ‘윤심’ 관철을 위해서라는 것은 누구도 모르지 않는다. ‘결선투표제’ 도입도 친윤 주자 난립 시 ‘당심 100%’ 룰로도 안심할 수 없으니 친윤 대 비윤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주기 위한 것 아닌가. 이는 국민의힘이 중도층 외연 확장은 포기한 채 대통령에게 국민의 소리를 전하는 역할이 아니라 ‘돌격대’가 되겠다고 자처하는 모습에 다름 아니다. 최소한의 자생력과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를 지닌 정당이라면, 이쯤에서 윤심발 룰 변경 폭주를 멈춰야 할 것이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