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과 부족한 김정은, 김여정 내세워 ‘발끈’···남한에 불만 쏟아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0일 발표한 장문의 대남 비난 담화는 올해 최대의 군사적 성과를 깎아내린 데 대한 강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담고 있다. 정찰위성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에 대한 의문에 일일이 반박하며 고도로 개발해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김 부부장이 시사한 ICBM 정상각도 발사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부장이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A4 용지 5장 분량의 담화는 남한 당국과 전문가들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어제 우리가 발표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시험 보도에 대해 입가진 것들은 다 헐뜯는 소리들을 하였다”는 것이다.
김 부부장은 전날 북한 공식매체에 보도된 정찰위성 발사 시험과 관련한 지적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서울과 인천을 찍은 위성사진 화질이 조악하다는 평가엔 “누가 830s(초)에 지나지 않는 1회성 시험에 값비싼 고분해능촬영기를 설치하고 시험을 하겠는가”라고, 위성으로 위장한 장거리미사일 발사 시험이라는 분석엔 “우리는 대륙간탄도미싸일을 개발한다면 대륙간탄도미싸일을 쏜다”고 반박했다.
김 부부장 특유의 남남갈등 유도 표현도 나왔다. 정찰위성 발사 시험을 준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라고 발표한 군 당국의 분석 역량에 대해 “이런 것들을 ‘국민’들이 신뢰하는가”라고 조롱했다. 전문가들 분석을 놓고선 “그런 말같지도 않은, 무턱대고 내뱉는 논거에 얼리워 그대로 믿고 돌아가는 ‘국민’들인지 좀 제대로 알고싶다”고 했다.
김 부부장은 또 “우리 기술력을 깎아내리기 위한 소재가 어디 위성뿐만인가”라며 ICBM에 대한 남한 군 당국과 전문가들의 평가를 반박했다. ICBM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갖춰지지 않았단 분석엔 “미흡했다면 조종전투부의 원격 자료를 탄착 순간까지 받을 수가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고각발사만으로는 (ICBM 완성도를) 입증할 수 없고 실제각도로 쏴보아야 알 수 있을 것 뭐 또 이따위 논거로 우리 전략무기 능력을 폄훼해보자고 접어들 것이 뻔할 것 같아보인다”며 “곧 해보면 될 일이고 보면 알게 될 일이 아니겠는가”라고도 했다. 조만간 정상각도로 ICBM을 시험 발사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정찰위성 발사 시험을 ‘중대 도발’로 규탄한 통일부도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이미 말했지만 그 형편없는 ‘담대한 계획’인지 뭔지 하는 것을 붙들고 앉아 황당한 망상만 하고있을 대신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여 격하게 번져져가는 작금의 사태를 안정시킬 생각에 전념하는 것이 더 이로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골적이고 감정적인 김 부부장의 담화는 사실상 김 위원장 메시지로 해석된다. 지난해 당대회에서 제시한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인 정찰위성 개발 등을 올해 성과로 내세워야 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선 이에 대한 비난이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면 부득불 강력한 핵 선제공격을 가할수 있다는데 대하여 온 세계에 선포하고 그것을 이번에 실제적인 군사행동으로 실증하였다”고 보도하는 등 김 위원장의 올해 국방력 강화 성과를 대대적으로 칭송하는 상황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연말을 앞두고 유일한 성과물인 국방분야 성과 폄훼가 체제 내부에 미칠 영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김 부부장 담화를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통화에서 “적극 반론을 편다는 건 그만큼 무기개발 계획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대미 억제력을 높게 평가받아 상대의 입장을 변화시키려는 상황에서 능력을 낮게 평가받는 게 기분 나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찰위성 시험 발사건뿐 아니라 남한의 대북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 등까지 거론하며 그간 남한의 대북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제재 압박을 통한 해결만을 되풀이하는 남측 태도에 대한 분노도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내년 4월까지 준비하겠다고 공언한 정찰위성 개발 등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군사위성 개발 문제는 우리 국가의 안전과 직결된 초미의 선결과업”이라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 당이 결정한 정찰위성 개발 사업에서 드팀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사변들을 곰곰히 돌이켜보라. 우리가 하겠다고 한 것을 못한 것이 있었는가”라고 과시했다.
김 부부장이 시사한 ICBM 정상각도 발사 시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ICBM이 정상 각도로 발사되면 미국 본토를 노리고 태평양에 떨어지게 된다”며 “이는 미국이 북한과 대화의 문을 닫을 수 있는 초고강도의 역대 최고치 도발인데, 북한이 여기까지 준비됐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홍민 실장도 “정상각도로 쏘면 미국의 미사일 요격 시스템이 작동돼 (북한 내) 타격 원점을 위협하거나 실제 공격에 준하는 군사행동이 이뤄질 수 있다”며 “북한 입장에선 대단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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