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 대출금리 3種 내렸다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2. 12. 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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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대출금리 전수조사에 19개월만에 하락세로
예대마진 비판도 부담느껴 … 영끌족 '숨통' 기대
예대마진도 줄줄이 축소 … 전세계 긴축 압박은 변수
대출금리 19개월만에 하락세
은행채 발행 늘어날 경우엔
금리 추가 하락여지도 커져

치솟던 대출 금리가 19개월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금융당국이 가계 이자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은행권에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한 데 이어 대출 금리 전수조사까지 나서자, 시중은행들이 신규 대출에 대한 금리를 줄줄이 인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단됐던 은행채 발행도 재개되면서 대출 금리가 더 내려갈지 주목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비롯한 4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16~7.72%로, 지난 1일(연 5.38~7.36%)보다 금리 하단이 0.22%포인트 낮아졌다. 금융당국이 1일부터 대출 금리 전수조사를 시작한 지 3주 만이다. 전세대출 금리도 같은 기간 연 5.32~6.66%에서 5.10~6.38%로 상단과 하단 금리가 각각 0.28%포인트, 0.22%포인트 떨어졌다. 신용대출 금리도 연 6.22~7.25%로 이달 초보다 상단 금리가 0.22%포인트 내렸다. 연 8%를 넘어설 기세였던 가계대출 금리 상단이 은행들의 금리 인하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연 7% 선에 주저앉았다. 대출 금리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은 2021년 5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가중평균한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이때부터 줄곧 올랐다.

은행별로 보면 이날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16~6.41%로, 지난 1일보다 0.22%포인트 떨어졌다.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도 같은 폭으로 하락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내려 대출 금리를 낮췄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자금 조달 비용에 해당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 금리를 정한다. 하나은행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신용대출 금리도 최근 3주 동안 0.12%포인트 떨어졌다. 우리은행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도 같은 기간 각각 0.48%포인트, 0.22%포인트 내렸다. NH농협 전세대출·신용대출과 국민은행 신용대출 금리 역시 같은 기간 0.21%포인트 하락했다.

은행들이 이례적으로 줄줄이 금리 인하에 나선 건 금융당국의 압박과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은행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기엔 지나친 예대마진 확대 등 은행들의 독점력이 커지지 않도록 금융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부터 은행권 대출 금리 상승 추이를 주 단위로 살펴보고 있다. 11월 코픽스가 4.34%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은행도 가계대출 수요를 늘리고 가계 이자 부담에 따른 잠재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내린 측면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추가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출로 부동산 투자에 나선 영끌족이나 대출 이자 부담이 큰 중소·영세기업들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출 금리가 얼마나 내려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은행채 발행 재개로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이면서 수신금리 인상, 코픽스 금리,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었다. 그러나 일본의 금융완화 정책 수정으로 인한 국고채 금리 상승, 미국의 긴축 속도와 같은 외부 요인이 대출 금리를 밀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은행권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하자 은행 예금금리가 내려가면서 대출금리 상승세가 꺾인 것은 소비자 보호와 금융 시스템 안정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고정금리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준거 금리인 은행채 수익률은 일단 주춤한 상태다. 주담대 금리에 영향을 주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0월 21일 연 5.467%로 연고점을 기록한 뒤 현재 4.5% 수준으로 내려왔다. 신용대출과 관련이 있는 은행채 1년물도 고점 대비 0.6%포인트 정도 낮아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 대출금리 인하 여력도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대출금리 인하에 앞서 예금금리도 최근 하락하고 있다. 연 5%였던 예금금리가 최근 4%대 중후반으로 떨어졌다. 이에 예대금리차도 축소되는 모양새다. 은행들이 사상 최대 수익을 내자 예대금리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실제로 이날 은행연합회 예대금리차 공시에 따르면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4곳의 예대금리차가 10월보다 줄었다. 하나은행은 가계예대금리차가 0.71%포인트를 기록하며 전월 0.99%포인트보다 0.28%포인트 줄어들어 5대 시중은행 중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대출금리가 연 5.01%에서 연 5.22%로 0.21%포인트 상승했만, 저축성 수신금리가 연 4.07%에서 연 4.57%로 0.5포인트나 오르며 예대금리차가 줄어든 것이다.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가계예대금리차가 각각 0.27%포인트, 0.26%포인트, 0.23%포인트 감소하며 뒤를 이었다. 지난달보다 가계예대금리차가 늘어난 곳은 우리은행 한 곳뿐이었다. 우리은행의 11월 가계예대금리차는 1.08%포인트로 10월 0.98%포인트보다 0.1%포인트 커졌다.

 다만 금융당국 정책과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노력은 '약발'이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에서 날아온 금리 인상이란 대세를 거스르기도 쉽지 않다. 한 은행 여신 담당자는 "한국도 미국의 보조에 맞춰 기준금리를 내년 상반기까지 올릴 예정인 만큼 대출금리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임영신 기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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