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앤리치' 몰려온 미술경매, 불황 뚫고 역대급 낙찰
세계 경제가 불황에 신음하고 있지만 미술 투자에 눈을 뜬 MZ세대가 대거 몰리면서 미술 경매사들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비교적 가격 변동 폭이 작아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미술품 투자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9일(현지시간)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를 비롯한 세계 3대 경매사 실적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올 한 해 매출 177억달러(약 23조원)를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56억달러에서 13.4% 늘어난 수치다.
이날 크리스티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84억달러(약 10조8763억원)를 달성했고, 전체 경매 평균 낙찰률은 85%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경매 매출은 72억달러로 지난해보다 33%나 급증했다. 올해 천문학적인 낙찰가를 기록한 대형 경매가 잇따라 성공한 덕분에 2년 전 소더비에 내줬던 1위 자리까지 탈환했다.
크리스티가 지난 5월 개최한 경매에선 미국 팝아트를 대표하는 앤디 워홀의 총에 맞은 매릴린 먼로 초상화 '샷 세이지 블루 매릴린'이 1억9504만달러(약 2537억원)에 낙찰돼 20세기 미술 작품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11월 열린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폴 앨런의 소장품 경매 첫날에는 낙찰총액이 단일 미술품 경매로는 최고인 약 15억달러를 찍으며 미술 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이틀간 열린 경매에서 다섯 작품이 1억달러가 넘는 금액에 판매됐고 폴 세잔,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구스타프 클림트, 조르주 쇠라 등 무려 27명의 작가가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매출 성장 요인 중 하나는 마스터피스(500만달러 이상 고가 작품) 분야로, 작품 거래가 작년 대비 84% 급증했다. 시장이 불안할 때 고전의 가치가 더해진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다. 크리스티의 지역별 매출 비중은 북미가 40%, 유럽·중동·아프리카가 34%, 아시아가 26%를 차지했는데 아시아 비중이 지난해 31%에서 줄어든 것은 '킹달러' 영향으로 구매력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0세 이하 밀레니얼 컬렉터의 성장세는 특히 괄목할 만했다. 밀레니얼은 크리스티 전체 구매자 가운데 21%를 차지했고, 그중에서도 62%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구매자였다. 전후 및 동시대 미술과 동시대 아시아 미술, 명품 시장을 합산한 전체 구매자와 응찰자 중 30%가 밀레니얼이었다. 이는 5년 전 대비 127% 증가한 것이다.
소더비는 올해 총매출 예상치를 약 80억달러(약 10조3600억원)로 발표했다. 작년의 73억달러에서 9.6%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말 선보인 2000년 이후 초현대미술 작품만 다룬 '더 나우(The Now)' 부문이 2억4400만달러를 팔아치우는 호황에 힘입어 성장세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술전문지 아트넷뉴스는 소더비가 최근 인수한 자동차 수집 경매 등의 수익을 포함해 총매출액을 부풀렸다고 보도했다.
필립스 옥션은 2년 연속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작년 대비 8.3% 증가한 약 13억달러(약 1조683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현대 및 동시대 미술 경매에 주력하는 필립스는 이브닝 경매 기준 평균 낙찰률이 95%를 기록했다. 구매자의 47%는 신규 고객이었고, 낙찰자의 3분의 1이 밀레니얼 세대인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최고가로 팔린 작품은 장 미셸 바스키아의 '무제'로 8500만달러(약 1106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한편 크리스티는 지난해 대체불가토큰(NFT) 경매로 1억5000만달러(약 195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가상화폐 겨울'이 찾아오면서 590만달러(약 77억원)의 NFT를 판매하는 데 그쳐 시장 규모가 96%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금융시장 불안이 커진 하반기 들어 전년보다 매출이 감소하는 미술품 경매 실적도 나오고 있어 내년 시장의 추이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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