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 나이 지나 귀국해도 처벌 가능···대법 “처벌 피할 목적으로 보여 공소시효 정지”
범죄 혐의를 받는 자가 ‘형사처분을 피할 목적’으로 해외에 체류하는 경우 공소시효의 진행이 중단된다. 그런데 ‘형사처분을 피할 목적’이었는지를 어떻게 판단할까. 대법원은 그 외 다른 체류 목적이 명백히 드러나지 않는 이상 ‘형사처분을 피할 목적’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면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14살 무렵 미국으로 출국해 체류하던 A씨는 입영 대상이 되는 18세가 되자 병무청으로부터 ‘국외여행 연장 허가’를 정기적으로 받았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받은 연장 허가 기간인 2002년 12월31일이 지나도록 추가로 기간 연장 허가를 받지 않았다. 귀국도 하지 않았다. 입영 의무가 면제되는 36세를 훌쩍 넘긴 41세가 된 2017년이 돼서야 귀국했다.
병역법은 병역의무자가 귀국을 하기 어려운 경우 국외여행 기간 만료 15일 전까지 연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A씨는 이같은 규정을 어긴 혐의로 기소됐다.
1·2·3심 모두 A씨의 혐의 자체는 죄가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지났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이 갈렸다. A씨의 해외체류 기간 동안 공소시효의 진행이 중단됐다고 봐야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면소 판결했다.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고 본 것이다. 2심은 A씨가 연장 허가 없이 귀국하기 않은 2002년 12월부터 공소시효가 시작된다고 판단했고, A씨의 해외체류 기간 동안에도 공소시효의 진행이 중단되지 않았다고 봤다. 범죄 혐의를 받는 자가 ‘형사처분을 피할 목적’으로 해외에 체류할 경우 공소시효의 진행이 중지되지만 2심 재판부는 ‘형사처분을 피할 목적’이었음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002년 12월부터 공소시효가 시작된다는 원심의 판단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A씨의 해외체류 기간 동안에는 공소시효의 진행이 중지된 것으로 봐야한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과거에도 연장허가를 받았던 A씨는 연장허가 없는 해외체류가 불법임을 알았다는 점’, ‘입영 연령이 지나고 나서야 귀국한 점’ 등의 근거만으로도 병역면탈과 그에 따른 ‘형사처분을 피할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은 여러 국외 체류 목적 중에 포함돼 있으면 족하고,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과 양립할 수 없는 범인의 주관적 의사가 명백히 드러나지 않는 한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은 계속 유지된다”고 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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