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연구용역 심의 제척범위 ‘깜깜’…공정성 퇴색

이종일 2022. 12. 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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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규칙 준용한 치안정책연구소 파장
위원이 속한 대학의 산학협력단 입찰 심사
연구용역 심의위원 제척 대상 애매모호
"경찰에 유리한 해석 가능" 비판 목소리

[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경찰청이 연구용역 심의 규정을 모호하게 운영해 공정성 퇴색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심의소위원회 위원이 소속된 기관·단체의 연구용역 계약 심의를 못하게 했지만 해당 기관·단체에 대한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아 허점을 보이고 있다.

치안정책연구소 홈페이지 사진 캡처.
20일 경찰청과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경찰청 산하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는 ‘경찰청 연구과제 관리규칙’을 준용해 정책연구심의소위원회(이하 소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소위원회는 정책연구과제 용역의 연구자 선정 등을 심의한다.

경찰청 규칙 적용한 치안정책연구소 논란

경찰청은 해당 관리규칙에서 공정한 심의를 위해 소위원회 위원은 자신이 속한 기관·단체의 정책연구 계약에 관한 사항의 심의에 관여하지 못하게 규정했다. 위원이 소속된 기관·단체에 유리하게 심의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청과 치안정책연구소는 ‘위원이 속한 기관·단체’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임의로 해석해 적용하고 있다. 치안정책연구소 직원 A씨(공무원)는 수년 전 대학원 재학 당시 해당 대학의 산학협력단이 참여한 정책연구용역 입찰을 심의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A씨는 지난 2018년 B대학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다. 그는 당시 치안정책연구소 소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대학원 지도교수인 C씨가 공동연구자로 속한 B대학 산학협력단이 참여한 정책연구 용역 입찰을 심의했다. 이 산학협력단은 소위원회 심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치안정책연구소의 1860만원짜리 연구용역 계약을 따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찰청 규칙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A씨가 속한 B대학측에 유리하게 심의할 수 있어 경찰청 규칙상 ‘위원이 속한 기관·단체 심의 제척’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청은 위원의 심의 제척 대상에 대학은 포함하지만 산학협력단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산학협력단을 대학 조직과 다른 별도의 법인으로 판단한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산학협력단의 권리 주체성이 인정된다”며 “소위원회 위원이 산학협력단 소속이 아니면 경찰청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위원이 재학 중인 대학은 제척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A씨가 다니는 B대학이 입찰에 참여하면 A씨가 심의해서는 안되지만 산학협력단은 A씨가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산학협력단 입찰 심의를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경찰에 유리하게 해석 가능

이는 경찰청 법무팀이 산학협력단을 법인 중심으로 해석한 것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산학협력단은 독립 법인이지만 엄연히 대학 조직으로 총장이 관리한다.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에도 대학 산하 조직으로 명시돼 있다. 산학협력단은 대학 캠퍼스 안에서 업무를 보고 수입의 일부를 대학 회계로 전출해 대학과 동일한 조직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경찰청 규칙이 구체적이지 않아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비판이 있다.

한 경찰관은 “관리규칙 조항이 모호해 경찰청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산하기관이나 직원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산학협력단은 독립 법인이지만 대학 산하 조직으로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며 “관련 법상 대학 조직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소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기 전 치안정책연구소가 제척 대상 여부를 검토해 아무 문제 없는 것으로 판단해 심의에 참여했다”며 “규칙에 맞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B대학에 다닌다고 해서 B대학 산학협력단에 특혜를 주지 않았다”며 “공정하게 심의했다”고 주장했다.

C교수는 “연구과제 참여 전에 치안정책연구소에 문의했고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청 감사담당관실은 “치안정책연구소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결과를 보고 규칙의 문제점 여부를 살펴볼 것이다”고 밝혔다.

이종일 (apple2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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