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결산⑤] "9회말 1사 만루 위기"…허구연 총재, 구원 등판한 1년 어땠나

김민경 기자 2022. 12. 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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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구연 총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9회말 1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에 구원 등판한 투수라고 생각한다."

지난 3월 29일, 취임식에 나선 허구연 KBO 총재는 비장했다. 허 총재는 정지택 전 총재가 중도 사퇴를 결정하고 새로운 수장이 필요한 상황에서 '구원 투수'로 낙점됐다. 취임 시점부터 2023년까지 남은 임기는 2년 남짓이었지만, 허 총재는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한국프로야구를 되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역대 최초 야구인 출신 총재가 이끄는 한국프로야구는 어떨지 기대감과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허 총재가 임기 동안 집중하고자 했던 핵심 과제는 3가지다. 최우선 과제는 팬 퍼스트였다. 야구장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곳 가운데 하나였다. 무관중 시대가 열리면서 팬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지난해 7월 NC 다이노스 박석민, 박민우, 권희동, 이명기 등이 방역수칙을 위반한 술자리를 가지면서 팬들의 실망감을 키웠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국제대회 성적 부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허 총재는 취임 당시 "지난 2년간 우리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KBO리그도 운영상 어려움을 겪었고, 사건사고와 성적 부진 등 악재가 한꺼번에 왔다고 생각한다"며 야구계 종사자 모두가 팬들을 다시 야구장으로 부를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O는 '팬 퍼스트상'을 도입해 선수와 팬의 적극적인 소통을 장려했다. 팬이 직접 특별한 팬 서비스 경험담을 제보하면 사연이 채택된 선수에게 트로피와 상금 300만원을 수여했고, LG 유강남(현 롯데), kt 조용호, NC 박대온, 삼성 오승환, 두산 김인태 등이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허 총재와 '팬 퍼스트' 관련 논의를 가장 적극적으로 했던 SSG 투수 김광현은 사비로 팬들의 응원에 보답했다. 올해 승리를 거둘 때마다 팬들에게 특별한 팬 서비스를 제공하는 'KK 위닝 플랜'을 진행했고, 13승을 거두면서 모두 13차례 팬들과 약속을 지켰다.

절대 다수가 팬 퍼스트를 위해 노력했지만, 지켜지지 않는 순간도 있었다. 허 총재는 지난 6월 음주운전 경각심 고취를 위해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경우 70경기 출장정지,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경우는 1년 실격처분, 2회 음주운전 발생시 5년 실격처분, 3회 이상 음주운전 발생시 영구 실격처분의 제재를 부과하기로 규정을 개정했다. 개정 뒤 NC 김기환(현 퇴단), 한화 하주석 등이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으면서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로 남았다.

▲ 기념식에 참여한 김인식 감독, 허구연 KBO 총재, 김경문 감독(왼쪽부터). ⓒKBO

허 총재가 강조한 2번째 과제는 규제 완화와 인프라 개선이었다. 지자체와 협업해 야구 센터 건립을 목표로 했는데, KBO는 이달 경남 고성군과 '남해안벨트 MOU'를 체결했다. 프로와 아마추어 야구팀들의 동계전지훈련과 대회 및 야구관련 행사 개최가 가능해졌다. 총 투자 규모는 약 350억원이다.

세 번째 과제는 국제 경쟁력 강화였다. 허 총재는 "다가오는 아시안게임, WBC 프리미어12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최근 지표가 프로야구 인기 하락하고 있다고 하는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없다. 우리 야구계가 베이징 대회 이후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일전 등 다양한 교류전과 A매치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허 총재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 측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행보를 꾸준히 보여줬으나 결실은 아직이다. 메이저리그 올스타들을 국내에 초청해 경기를 치르는 'MLB 월드투어 코리아 시리즈'를 추진했는데, 올해는 MLB 측이 주최사와 계약 이행 이슈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취소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허 총재는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메이저리그 3개 구단 최고 경영자들과 만나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KBO리그 개막전 미국 개최, KBO리그 팀과 메이저리그 팀의 시범경기 개최 등을 위해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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