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깜짝 완화 축소·사실상 금리인상…亞 금융시장 요동(종합)
구로다 "기존 정책 지속, 금융환경 악영향 초래"
엔화 가치↑…4개월 만에 최고 수준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김윤지 베이징 특파원] 미국 등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기조에도 초저금리를 유지하던 일본은행(BOJ)이 예상을 깨고 20일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일부 수정, 사실상 장기 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엔화 가치가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아시아 금융 시장이 요동쳤다.
19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BOJ는 이틀 간의 통화정책결정 회의를 마치고 단기금리는 기존과 동일한 마이너스(-)0.1%로 유지하되, 장기금리는 0%에서 ± 0.25% 정도였던 변동 폭을 ± 0.5% 정도로 2배 확대하기로 했다. BOJ는 2016년부터 10년물 국채금리가 목표 변동폭 사이에서 움직이도록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펼쳐왔다.
닛케이는 “장기금리 상한을 0.25%에서 0.5%로 높여 사실상 금리를 인상한 셈”이라며 “0.2%에서 0.25%로 상한을 올렸던 2021년 3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정책 기조를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장기금리 변동 폭 확대는 미국과 금리 격차에 따른 급격한 엔화 약세로 식품과 에너지 가격 급등 등 기업와 가계가 타격을 받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존 정책이 지속되면 금융환경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면서 “완화적인 금융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기능의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장기금리를 일부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행은 또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내년 3월까지 한 달에 7조3000억엔(약 71조원)에서 9조엔(약 88조원)으로 확대하는 등 통화정책이 완전히 긴축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예상 밖 정책 변화에 변동성 확대
이날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에 엔화 가치는 상승했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오후 4시 34분 기준 132.96엔을 기록, 지난 8월 중순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엔화 환율 하락은 엔화 가치의 상승을 의미한다. 달러·엔 환율은 올해 초 115엔 수준이었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의 가파른 긴축에도 BOJ가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해온 탓에 지난 10월 말 150엔대까지 치솟았다.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금리) 역시 장중 한때 0.460%까지 치솟았다(국채 가격은 하락). 2015년 7월 이후 최고치다. 5년물 수익률 역시 0.260%까지 뛰면서 2013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장기 국채와 연동하는 장기 국채 선물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2엔 급락했다. 하락폭 제한선인 2엔에 도달하면서 오사카증권거래소에는 서킷 브레이커(일시 매매중지)가 발동됐다. 장기 국채 선물 거래에서 서킷 브레이커 발동된 것은 2013년 5월 23일 이후 약 9년 반 만이다.
BOJ의 급작스러운 정책 전환에 변도성이 확대되면서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는 전거래일 대비 2.46% 급락해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0.80%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는 각각 1.07%, 1.20% 내렸다. 이외에도 홍콩 항셍지수가 1.33%, 호주 S&P/ASX 200 지수가 1.54%, 대만 자취안지수가 1.82% 각각 떨어졌다.
한편,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은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전월과 동일한 3.65%로 고시했다. 주택담보대출 등 중장기 자금을 융자할 때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LPR도 전월과 동일한 4.3%로 집계됐다. 이처럼 인민은행이 4개월 연속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LPR을 동결한 배경에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 부담에 따른 외화 유출 본격화에 대한 경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명목상 LPR은 시중 18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동향을 취합한 수치이나,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정책금리 등을 활용해 LPR을 결정한다고 보고 있다.
김윤지 (jay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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