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막던 규제 족쇄 풀렸다 … 세계 최대 플랜트 '날개'

송민근 기자(stargazer@mk.co.kr) 2022. 12. 2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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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특례심의위, 74개 사업 '샌드박스' 승인
법령 마련 안됐다며 막혀온
SK E&S 블루수소 사업 허용
보령 LNG발전소서 버려지던
영하 162도 냉열로 수소 액화
수백억 아끼고 탄소절감 기대
미니 전기차 충전기 길 터주고
수소선박 기술개발 본격 시동

규제특례심의위원회가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액화수소 플랜트에 실증특례를 허가하면서 국내 수소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소 경제의 핵심은 청정수소의 경제적인 생산과 유통이다. 이번 특례로 생산과 유통 측면에서 모두 경제성이 높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SK E&S는 발전 사업을 위해 액화천연가스(LNG)를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 수입해오는 LNG는 부피를 줄이기 위해 -162도의 액체 상태로 운송되는데, 이를 사용하기 위해 다시 기화할 때 엄청난 양의 냉기가 뿜어져 나온다. SK E&S는 이 '냉열'을 활용해 수소를 액화하면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고, 수소 부피도 줄여 유통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SK E&S는 LNG 냉열을 활용한 수소액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규제의 벽에 부딪혔다. 기존 규제는 LNG 터미널 안에 설치되는 LNG 배관에 대한 안전 기준만 있어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까지 LNG 배관을 끌어오는 일이 불가능했다. 안전에 크게 문제가 없고 경제성이 확실해도 안전 기준이 갖춰지지 않아 사업이 좌초될 상황이었다.

20일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준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정부는 기존 기준을 차용하는 한편 가스안전공사와 협의해 새로운 안전 기준을 신속히 만들어 설치를 도울 계획이다.

SK E&S 관계자는 "세계 최대 규모 청정 액화수소 플랜트를 구축하는 계획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라고 했다. SK E&S는 플랜트에서 연간 25만t의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중 20만t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인근 지역에 공급하고, 5만t은 액화해 전국 수소충전소에 공급한다.

SK E&S 측은 LNG의 기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냉열을 활용하면 연간 수백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인 덕에 연 15만6000t의 탄소 간접 배출도 감축할 전망이다.

SK E&S와 중부발전이 추진하던 블루수소 생산기지 구축도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았다. 수소경제를 위해서는 액화가 필수적이지만 액화수소 플랜트에 관한 기술·안전 기준이 없던 상황이라 제도가 정비되기 전에 샌드박스를 통해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날 규제심의위에서는 수소액화 외에도 다양한 기술이 특례승인·임시 허가를 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수소연료전지 추진 선박이다. 현행 선박안전법과 수소법에는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선박에 대한 기준이 없어 제조 사업의 인허가 및 제품 검사를 받을 수 없었다. 규제심의위는 탄소 배출이 많은 선박의 탄소 감축을 돕기 위해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전기차 충전기를 소형화하기 위한 실증특례도 승인됐다. 주차장 바닥에는 차가 일정 이상 후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차 블록이 설치돼 있다. 전기차 충전기를 만드는 두루스코이브이는 이 주차 블록 모양으로 제작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규제특례를 신청하고 승인을 받았다.

기존 전기생활용품안전법은 전기차 충전기가 지면에서 0.4~1.5m 위에 있도록 규정했는데, 새로운 안전 기준을 국가기술표준원과 협력해 만들 계획이다. 바닥에 붙어 있는 형태의 전기차 충전기 설치가 가능해지면 충전기에 필요한 공간이 줄어 전기차 보급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하기 위한 실증특례도 나왔다. 바다 위에 설치하는 해상 태양광발전은 전기를 육지와 연결하기 위해 바닷속에 길게 해저 직류 케이블을 늘어뜨려야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중국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부유식 해상 전기실(스코트라)이 실증특례를 받았다. 케이블 길이가 줄어들면 해상 태양광발전 단가가 저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SK에너지는 기존에 운영하던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내에 수소연료전지를 구축하는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았다. 현행 액화석유가스법에는 LPG충전소 내에 설치할 수 있는 건축물과 시설을 제한하고 있어 수소연료전지 설치가 불가능했다. LPG충전소가 수소도 충전하고, 수소로 발전해 전기도 판매하는 시설로 탈바꿈하지 못하게 막는 낡은 규제였다. 규제심의위는 안전성 확보를 조건으로 수소연료전지 설치가 가능하도록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SK에너지는 수도권 LPG충전소에 수소연료전지를 시범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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