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만의 결승전 해트트릭, 우승 못했지만 대세 증명한 음바페
우승컵은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의 차지가 됐지만, 그가 다음 ‘축구 황제’ 자리에 오를 것이란 확신은 더 분명해졌다. 프랑스의 간판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24)가 월드컵 결승전 역사상 56년 만에 해트트릭을 달성하고도 웃지 못했다.
음바페는 19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0-2로 뒤진 후반 2골, 2-3으로 뒤진 연장 후반 다시 균형을 맞추는 골을 넣으며 맹활약했지만 조국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에서 뛰는 엘링 홀란(노르웨이)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선수로 평가받는 음바페는 이날 메시 주연의 드라마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훔쳤다.
4년 전 16강에서 음바페 스피드에 농락 당한 경험이 있는 아르헨티나 수비는 이날 이중 커버 플레이로 음바페의 움직임을 막는데 주력했다. 후반 25분에서야 첫 슈팅을 날린 음바페가 침묵을 깨는 데는 단 97초면 됐다. 음바페는 후반 33분 란달 콜로 무아니(낭트)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켰고, 2분 뒤에는 마르퀴스 튀람(묀헨글라트바흐)과 패스를 통해 만든 페널티 박스 왼쪽 안 공간에서 벼락같은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다시 골망을 흔들었다.
연장에도 그의 발에서는 피로를 읽을 수 없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몸을 던져야만 막을 수 있었다. 음바페는 2-3으로 뒤진 연장 후반 11분 상대 수비의 핸드볼 반칙을 직접 유도한 뒤 페널티킥까지 성공시켜 팀을 구했다. 경기 종료 직전에도 아르헨티나 수비수 셋을 따돌리며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음바페는 1966년 잉글랜드 제프 허스트 이후 역대 월드컵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선수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대회 8골로 메시(7골)를 제치고 첫 골든부트(득점왕)을 안았지만, 고개를 푹 숙였다.
음바페는 러시아 대회 이후 프랑스 리그1에서 4시즌 연속 득점왕을 지키며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면서 그 나이 때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도 걷지 못한 길을 걷는다. 아직 발롱도르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수차례 경험한 메시, 호날두의 커리어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월드컵에서 만큼은 그 이상을 쌓고 있다. 음바페는 이미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약관의 나이로 팀의 주축 선수로 참가해 우승을 경험했다. 당시 4골을 넣은 음바페는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이번에 ‘축구 황제’ 펠레의 기록도 뛰어넘었다. 24번째 생일(12월20일)을 하루 앞둔 음바페는 만 24세가 되기 전 월드컵 통산 12골을 기록해 이 부문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 전까지는 펠레의 7골이 최다 기록이었다.
앞선 11차례 월드컵에서 10번은 6골 이하에서 득점왕이 결정됐는데, 음바페는 2002 한·일월드컵 득점왕에 오른 브라질의 호나우두(8골)에 이어 20년 만에 대기록을 작성했다.
월드컵 역대 통산 최다 득점에서는 5번이나 월드컵에 참가한 메시의 기록(13골)과도 1개 차에 불과하다. 최다 득점자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16골)의 기록도 20대에 깰 수 있다.
프랑스 디디에 데샹 감독은 패배의 아쉬움에도 “음바페는 월드컵 결승전에 자신의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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