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갈아엎은 롯데백화점 호찌민…'명품'으로 떴다
롯데 입점한 '다이아몬드 플라자'
코로나 시기에 환골탈태 추진
롯데, 1000여개 브랜드 입점 설득
조말론·딥티크 현지 첫 매장 유치
11월까지 매출, 벌써 지난해 넘어
베트남 호찌민시 노트르담 대성당 건너편에 있는 ‘다이아몬드 플라자’. 이곳 정면 아치에 지난 15일 ‘LOTTE’ 간판을 새로 다는 행사가 열렸다.
이 건물은 1999년 한국 자본과 기술로 준공해 한국·베트남 우호를 상징하는 곳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이름이 새겨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백화점이 2015년 포스코로부터 건물 지분 50%를 넘겨받은 이후 7년 만이다.
위기의 롯데百 호찌민점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호찌민점은 현지에서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가장 주목하는 백화점으로 부상 중이다. 롯데쇼핑은 ‘베트남의 봉마르셰(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를 기치로 내걸고 약 2년간의 노력 끝에 베트남 유일의 ‘럭셔리 백화점’으로 재탄생시켰다. 새 단장 목표치의 70%를 마쳤을 뿐인데도 올해 11개월간 매출이 전년 수준을 넘었다.
다이아몬드 플라자는 호찌민 시민들에겐 한국의 63빌딩 같은 곳이다. 2000년 개장 당시 현지인들이 난생처음 보는 에스컬레이터에 신발을 벗고 탔다는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인근에 통일궁, 사이공 노트르담 대성당 같은 명소도 즐비하다.
이 건물은 풍부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방치되다시피 했다. 고급 백화점이라면 갖춰야 할 법한 브랜드조차 유치하지 못했다. 관광객이건, 베트남 현지인이건 백화점 쇼핑을 하겠다는 이들은 인근의 일본계 백화점 다케시마야로 몰렸다.
‘젊은 피’를 보내다
2015년부터 이곳을 위탁 운영하던 롯데쇼핑은 코로나19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퇴직을 앞둔 임원 몫이었던 호찌민 점장 자리에 40대 초반의 ‘영건’을 2021년 1월 내보냈다. 최용현 점장(44)이 주인공이다.
최 점장은 롯데백화점 상품영업본부 출신으로 에르메스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에 입점시키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30대 후반의 이성현 영업팀장, 이상하 기획팀장과 함께 다이아몬드 플라자를 진짜 ‘다이아몬드’로 바꿔놨다.
올해 초 본격적으로 시작한 점포 리뉴얼은 거의 모든 걸 갈아엎는 수준이어서 현지에서도 파격으로 통했다. ‘화장실 입구에 걸릴 사진을 무엇으로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할 정도로 ‘디테일’에도 공을 들였다. 아무것도 없던 옥상은 ‘루프톱 뷰 맛집’으로 재탄생시켰다.
최 점장을 비롯한 ‘젊은 피’가 특히 공을 들인 건 브랜드와의 협상이다. 최 점장은 50장짜리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1000여 개 브랜드를 설득했다.
글로벌 명품업계가 ‘주목’
이런 노력 끝에 롯데백화점 호찌민점은 완전히 달라졌다. 건물 외관은 화려한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으로 밝아졌다. 출입구 쪽에 마련된 크리스마스 장식물은 현지 젊은이들의 사진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잡화점처럼 구성했던 1층은 명실상부한 ‘명품관’으로 거듭났다. 조말론, 딥티크, 크리드 같은 최고급 향수 브랜드가 한꺼번에 입점했다. 베트남 백화점업계 최초다. 셀린느, 발렌시아가, 오프화이트 등 40여 개 해외 브랜드로 구성한 편집숍도 들어설 예정이다. 최 점장은 “베트남의 세련된 30대 여성을 타깃으로 VIP가 4~5시간 동안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한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 5층으로 구성된 백화점에서 최 점장이 특히 신경 쓴 건 3층의 ‘골프 전용 존’이다. 최 점장은 “베트남은 상류층이 골프를 즐기기 시작했고, 여성 골퍼들은 한국산 골프웨어를 선호한다”며 “한국에 여행 가면 수백만원어치의 골프 옷을 사 올 정도”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호찌민점은 이제 글로벌 명품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최 점장은 “인근의 다케시마야백화점과의 경쟁에서 롯데가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며 “양쪽에 동시에 입점해 있는 산드로, 마주 등의 브랜드 매출도 롯데가 이기고 있다”고 자신했다.
호찌민=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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