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남미 리튬 염호서 미래먹거리 캔다
용암이 밀어올린 고지대 염호
리튬 채굴 면적 여의도 27배
2024년 상업용 공장 지으면
2030년부터 年10만t 생산
매출 10조…세계 4위 목표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북서쪽으로 1500㎞ 떨어진 도시 살타는 산악지대다. 지난 12일 살타 공항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30분간 300여 ㎞를 날아가자 포스코가 개발 중인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지대가 넓게 나타났다.
이 지역은 현재 한국의 포스코와 미국의 위벤트, 호주의 갤럭시가 각각 구역을 나눠 광물 자원을 개발하고 있다. 핵심은 전기차용 2차전지 양극재 원료인 '리튬'이다. 이 가운데 포스코는 염호 북쪽 2만5500㏊ 지역의 채광권을 갖고 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27배에 달하는 이 지역을 올해부터 100년간 개발할 수 있는 권리다. 채광권은 2018년 8월 2억8000만달러(약 3600억원)를 주고 사들였다.
포스코가 지구 정반대편에서 리튬을 생산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칠레·볼리비아와 국경을 접한 살타 지역에는 넓은 산악 염호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염수 리튬의 70%가 바로 이 세 나라 고지대 염호에 담겨 있다.
리튬은 오직 화산지대에서만 나온다. 호주에선 용암이 리튬을 밀고 올라와 광석 형태로만 채굴할 수 있다. 반면 아르헨티나 산악 지역에선 용암이 밀어낸 리튬이 고지대 염호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옴브레 무에르토가 위치한 지역도 바로 화산지대인 안데스산맥에 속한다.
오재훈 포스코아르헨티나 염수리튬 생산총괄 상무보는 "호주 광석 리튬은 제련과 가스 라이팅, 이후 분쇄와 황산 투입 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며 "염호 리튬의 경우 이러한 과정 없이 염수를 전기로 정제하면 바로 리튬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석 리튬보다 염호 리튬이 훨씬 친환경적이라는 설명이다.
오 상무보는 "향후 개발 단계에선 염호 정제 때 쓰는 전기도 가스터빈이 아닌 태양광발전을 통해 얻을 계획"이라며 "이러면 '넷제로' 리튬 생산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포스코는 전체 염호 면적 가운데 60㏊ 정도의 일부에서만 가루 리튬을 정제하고 있다. 염호 수심은 최대 1.5m로 낮다. 리튬을 간직한 염호가 생성되기 위해선 물이 들어와 나갈 곳이 없는 항아리 구조여야 한다. 해당 물은 간간이 내리는 비나 산악의 눈이 녹아 스며든 것이다.
물에서 리튬을 얻으려면 비가 적게 와야 한다. 해당 염호는 남회귀선을 통과하기 때문에 건조한 편이다. 물이 너무 들어차면 자연 증발로 얻게 되는 1차 리튬 생산 과정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염수 1ℓ를 말리면 4g의 리튬을 얻을 수 있다. 현재 60㏊ 시범 염호에서는 하루 7.6t, 연간 2500t의 리튬이 생산된다. 이 규모는 말 그대로 시범적이다. 포스코는 현재 이곳에서 염호 리튬 상업화 공장 건설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4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총 25개월이 소요되는 작업이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상공정에선 리튬 농도 850PPM짜리 염수를 4000PPM까지 농축·정제해 인산리튬(LP)을 생산한다. 이를 하공정 작업장으로 보내면 리튬이온 배터리에 바로 투입 가능한 수산화리튬(LH) 파우더가 만들어진다. 포스코는 이를 국내외 배터리 기업에 공급할 방침이다.
이상룡 포스코아르헨티나 건설인프라개발실 상무보는 "상업화 공장이 완공되고 제대로 가동되면 2030년 이곳 염호에서만 연간 10만t의 리튬이 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올해 기준 리튬 생산량으로 전 세계 4위에 해당한다. 현재 수산화리튬 시가는 t당 8만달러. 연간 10만t이 생산되면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연매출만 80억달러(약 10조원)가 된다.
[살타(아르헨티나)/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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