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포·벨링엄·그바르디올 등 샛별 떴다
‘꿈의 무대’로 불리는 월드컵은 언제나 샛별들의 경연장이었다. 지난 19일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2 카타르 월드컵도 예외는 아니었다.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의 라스트 댄스는 분명 아름다웠지만, 유럽 빅클럽들은 메시보다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한 젊은 피들을 주목한다.
네덜란드의 8강 진출을 이끈 코디 학포(23·에인트호번)가 빅클럽 영입 경쟁의 한복판에 선 대표 주자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서 재능을 갈고 닦은 학포는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주가를 높였다. 학포는 조별리그에서 만난 세네갈과 에콰도르, 카타르를 상대로 한 골씩 터뜨렸는데, 네덜란드 축구 역사상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득점한 것은 그가 최초다.
187㎝의 장신인 학포는 빠른 발을 살린 돌파 플레이를 자유자재로 펼친다. 타깃형 골잡이부터 측면 날개, 나아가 미드필더까지 맡을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능력을 갖춘 것도 강점이다. 실제로 학포는 이번 시즌 24경기를 뛰면서 17도움(13골)을 기록하며 다재다능함을 뽐내고 있다.
스페인 강호 레알 마드리드와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학포의 영입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다보니 월드컵 개막 전 4500만 유로(약 616억원)로 평가받던 몸값도 두 배(9000만 유로·약 1232억원)로 뛰었다.
경험이 중요한 중원에서 돋보적인 활약을 펼친 잉글랜드의 주드 벨링엄(19·도르트문트)도 이번 대회를 빛낸 뺴놓을 수 없는 샛별이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이 아닌 벨링엄은 왕성한 활동량을 무기로 잉글랜드의 8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특히 이란과 조별리그 1차전에선 A매치와 월드컵 데뷔골을 동시에 기록했다. 2000년대생 최초 월드컵 득점자라는 타이틀도 그의 몫이었다.
벨링엄은 남은 경기에선 득점이 없었지만 매 경기 패스 성공률을 90%이상 기록하는 등 만족할 만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세네갈과 16강전에선 태클(4회)과 가로채기(2회), 볼 경합 승리(11회) 등 중원을 장악해 3-0 승리의 주역이 됐다. 독일 이적전문매체 ‘트랜스퍼마크트’가 벨링엄의 몸값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인 1억 유로(약 1369억원)를 매겼을 정도다.
아르헨티나의 미드필더 엔소 페르난데스(21·벤피카)의 존재감도 눈부셨다. 메시 이후로는 가장 어린 나이(21세 317일)에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은 그는 네덜란드와 8강전, 크로아티아와 4강전, 프랑스와 결승전 모두 풀타임 출장하며 아르헨티나의 경기를 조율했다. 특히 프랑스전에선 태클을 10번이나 성공하며 상대의 공격을 꽁꽁 묶었다. 그가 만 21세 선수에게 주어지는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것에서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는지 짐작할 수 있다.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수비수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는 있었다. 크로아티아의 신예 수비수인 요슈코 그바르디올(20·라이프치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바르디올은 월드컵 직전 코뼈를 다치면서 손흥민(토트넘)처럼 안면 보호대를 착용한 채 출전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가장 훌륭한 활약을 펼친 중앙 수비수로 불렸다. 공중볼 다툼이 잦고 실수 한 번이 치명적인 포지션에서 어린 선수의 활약은 믿기지 않았다. 그바르디올이 일본과 16강전에서 상대의 공세를 빠른 발로 막아낸 것이나 8강전에서 대어 브라질을 낚은 것에서 진가가 잘 드러난다. 옥에 티라면 아르헨티나와 4강전에서 메시의 돌파를 막지 못해 쐐기골을 헌납한 것이지만 상대가 메시라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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