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게릴라 시위'에… 시민들 "출퇴근이 두렵다"
20일 광화문역서 기습 시위
이동권 상징 '사다리' 막자
규정 피해 다시 만들어 사용
오세훈 "국회 예산 처리까지
시위 중단해달라" 긴급 요청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습 시위를 이어가며 무정차 통과에 대응하는 '게릴라 시위' 방식으로 출근길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전장연의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은 시위현장에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고, 서울시·공사 등은 '무정차 통과' 이상의 조치는 내놓지 않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회 예산안 처리 시점까지 전장연에 시위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전장연은 20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252일 차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했다. 이 단체는 "우리가 요구해온 장애인 권리 예산의 51%만 여야 상임위원회 합의안에 반영됐다""예산이 통과되면 오늘이라도 이 투쟁을 멈출 수 있다"고 했다.
전장연은 오전 8시 20분께 5호선 광화문역에서 열차에 탑승해 충정로를 거쳐 다시 광화문역으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20분 만에 선전전을 마무리했다. 고의로 열차 운행을 지연시키는 행위는 없었다. 이날 선전전은 사전 장소 공지 없이 이뤄졌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광화문역 기준 하선 11분, 상선 2분30초 지연이 생기는 등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장연이 장애인 이동권의 상징물로 들고 다니는 '사다리'를 두고서도 실랑이가 벌어졌다. 전장연 측은 "서울교통공사가 규정을 들이대면서 사다리 출입을 막았다"며 "가로·세로 154㎝, 무게 1.5㎏의 사다리를 다시 제작해왔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여객운송약관 제35조에 따르면 '길이·너비·높이 158㎝ 이상인 물품과 중량이 32㎏을 초과하는 물품을 휴대하고 승차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는데 교묘히 피해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철도안전법 제42조에 따라 이 같은 사다리를 위해물품으로 판단해 휴대하거나 적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가 전장연 시위가 열리는 지하철역에서 심각하게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 무정차 통과하기로 결정하자 전장연은 게릴라 시위를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습시위 관련 논란이 일자 전장연은 한 발 물러서며 시위 장소를 예고했다. 전장연은 21일에는 2001년 장애인용 리프트가 추락해 노부부가 숨진 오이도역에서 선전전을 하고 남영역으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는 전장연에 대해 지켜보기만 할 뿐 강력한 대응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경찰은 이날 시위에 출동해 "경찰이 집시법 위반에 대해서 경찰 채증을 시작한다"며 "경찰관들은 승객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통로를 확보해달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9일 지하철을 반복적으로 타고 내리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여 운행을 지연시킨 혐의로 전장연 관계자 6명을 추가로 검찰에 넘긴 정도 이상의 대응은 하지 못하고 있다. 전장연이 시위를 1년째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시위를 두고 '장애인 권리 주장'과 '시민 불편'이라는 두 주장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시민 김 모씨는 "이 나라는 가만히 있으면 신경 쓰지 않는다"며 "장애인분들의 삶의 권리를 쟁취해 달라"고 말했다. 전장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사 댓글 등에는 시위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반응도 상당수 올라오고 있다.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 이 모씨는 "매주 2~3번 정도 출근길에 10~30분 남짓 열차가 지연돼 크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무정차 통과 방침에도 불구하고 전장연이 이틀째 기습시위를 이어가자 오 시장은 "국회 예산안 처리 시점까지 시위를 중단해 달라"고 제안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전장연이 지하철 탑승시위를 재개한 이유는 '장애인 예산안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내년 국가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전장연이 미워서가 아니라 정치적 사건으로 여야가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산안 처리가 서울시의 영역이 아닌 만큼 국회의 예산 처리 경과를 먼저 지켜봐 달라는 것이다.
오 시장이 이 같은 제안을 내놓은 만큼, 서울시와 공사 역시 무정차 통과 이상의 조치로 나아가지는 않을 기류다.
[한상헌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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