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순혈투표보다 더 나간 결선투표

이지용 기자(sepiros@mk.co.kr) 2022. 12. 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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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차기 당대표 선거 방식을 100% 당원투표로 변경하기로 했다. 현행 70% 대 30%인 당원투표·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바꿔 아예 당원투표로만 뽑자는 것이 핵심이다. 20일 확정 절차인 전국상임위를 통과했고 이번주 내 의결 마무리까지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진행 중이다.

명분은 '역선택 방지'와 '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에 왜 일본 사람이 있느냐"는 논리도 나왔다. 얼핏 들으면 그럴싸하다. 그런데 대표팀 선수는 실력 보고 뽑지 혈통 보고 뽑지 않는다. 귀화 가능하고 실력 좋으면 외국인도 영입된다. 월드컵 프랑스팀·가나팀 등에 숱한 외국인이 뛴다.

그럼에도 당대표는 당원 순혈투표로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의원들 의견 수렴 땐 말도 없던 결선투표 도입은 너무 나갔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때 1·2위를 다시 붙여 최종 승자를 정하자는 건데 속내가 훤히 보인다. 자천타천 당권주자가 10명도 넘는다. 친윤 당권 주자들이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본경선까지 뛰는 경우 사실상 단일화 효과를 노린 것이 분명하다.

여야의 팽팽한 지지율 대치 상황에서 승부처는 대선과 마찬가지로 수도권·중도층·MZ세대다. 그런데 여당 책임당원은 영남이 수도권보다 훨씬 많다. 강성 보수고 고령층이 압도적이다. 작년 대선 경선 때도 여론조사 없이 당원투표 100%로 대선 후보를 정해 대선을 치렀으면 결과가 어땠을까. 중도확장을 포기하고 선거를 이길 수 있느냐는 얘기다.

더 큰 함정은 '동종교배' 비극이다. 동종교배가 지속되면 유전자 다양성이 줄어들고 열성 유전자가 발현되면서 종 자체가 멸종에 이를 수 있다는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경고 말이다. 정치에서 동종교배 폐해는 특정 이념과 정책에 대한 집착으로 발현된다. 문재인 정부가 북 치고 더불어민주당이 장구 친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때리기'가 대표적이다. 구호만 요란할 뿐 실적은 없다 보니 결국 통계 조작·왜곡도 서슴지 않는다. 여당이라고 남의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념적 순혈주의로 중무장한 정당에서 다른 목소리는 혐오를 받는다. '아군' '적' 감별이 판치는 정당의 몰락은 질릴 만큼 보지 않았나.

[이지용 정치부 sepiro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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