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1일 닥쳐서야 예산 처리하던 때로 돌아간 국회

조미덥 기자 2022. 12. 20. 17: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국회의장실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 관련 회동에 앞서 취재진에 포즈를 취한 후 자리에 앉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올해가 열흘 남짓 남은 20일에도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막판 쟁점인 법인세 최고세율과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관리정보단 예산을 두고 대치를 이어갔다. 국회가 12월31일에 몰려서야 이듬해 예산안을 처리해 빈축을 샀던 국회선진화법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는 이날 원내대표 간 공개 협상도 하지 않고 예산안 처리 지연 책임을 상대에게 몰아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대내외적으로 이렇게 어려울 때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가지고 고집을 부리지 마시고 국정에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용산 아바타로 전락한 여당과 도돌이표 협상을 해봤자 대통령 거부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교착 상황”이라며 “역사상 어떤 여당이 예산안을 볼모로 국회 운영을 지연시키고 국민을 이처럼 불안하게 한 적이 있나”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15일 내놓은 중재안을 여당이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장 중재안은 법인세 최고세율(25%)을 정부안대로 22%가 아니라 24%로 1%포인트만 낮추고, 경찰국·인사관리정보단 예산을 민주당 주장대로 삭감하되 예비비에서 쓸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이를 수용했지만 국민의힘은 ‘판단 보류’라고 하면서 사실상 거부했다.

법인세는 최근 물밑 협상에서 최고세율 아래 구간인 과세표준 200억~3000억원의 세율을 22%에서 21%, 5억~200억원 구간 세율을 20%에서 19% 등 1%포인트씩 함께 내리자는 안을 국민의힘에서 내는 등 논의에 진척이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야심차게 발족시킨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삭감은 대통령실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두 조직 예산을 인정하길 촉구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같은 당 의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민주당이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5억여원을 볼모로 639조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SBS 라디오에 나와 “예비비는 천재지변이나 긴급한 상황일 때만 쓸 수 있는 것”이라며 “국가의 정상적 조직이 아니라고 하는 건데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경찰국이든 인사정보관리단이든 위법적인 시행령으로 설치됐지만 이 조직들이 운영될 수 있는 예비비가 편성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어렵게, 통 크게 양보해서 수용했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는 양당의 대립이 성탄절 이후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4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2일)을 지정한 국회선진화법 시행 후 국회는 적어도 정기국회(통상 12월9일 종료) 안에 예산을 처리해왔지만, 올해 들어 12월31일에 몰려서야 예산을 처리했던 암흑기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정권 초라 대통령의 힘이 강한데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제1야당도 힘이 센 ‘이중 권력’ 구조와 집권여당의 약한 정치력, 캐스팅보트를 쥔 제3당의 부재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