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고발사주’ 검찰 보고서 조작 의혹 수사 착수
검찰이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하며 포렌식 전문 수사관과의 면담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20일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이희동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 부장검사가 고발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김선규)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이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소 의견으로 이첩한 김웅 의원 사건을 수사하던 지난 8월쯤 서울중앙지검 포렌식 전문 수사관 A씨를 불러 면담했다. 이 부장검사는 A씨에게 문제가 된 고발장 등 파일이 텔레그램 메신저에서 사건 관계자 간에 전달된 경위와 텔레그램 메신저의 구동 원리 등을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 뒤 작성된 1쪽짜리 보고서에는 고발장 등이 손준성 검사(현 서울고검 송무부장)에게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까지 전달될 수 있는 4가지 경우의 수가 담겼다. 보고서에는 A씨가 파일 생성·전달 과정에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손 검사가 최초 전달자가 아닐 수도 있고, 최초 전달자라고 해도 그 파일을 작성한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손 부장과 김 의원을 공모 관계로 판단한 공수처 수사 결과를 뒤집어 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나 A씨가 지난 5일 손 검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면담 과정에서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처럼 말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하면서 허위 보고서 작성 논란이 불거졌다. A씨는 재판에서 손 검사 측 변호인이 “최초(전송자)가 손준성이 아닐 가능성에 관한 대화도 나눴느냐, 보고서에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돼 있다”고 묻자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공수처 측도 A씨에게 “면담 과정에서 제3자 개입 여부가 중요한 내용이라고 (보고서에) 작성돼 있는데,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는 말인가”라고 물었고, A씨는 “없다”고 했다. A씨는 이어 “오히려 물어봤으면 내용을 몰라 설명할 수 없다고 했을 것”이라 했다.
전날 열린 손 검사의 재판에서도 ‘고발사주’ 의혹 초기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 수사관 B씨가 출석해 관련 증언을 했다. B씨는 현재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실에 파견돼 근무 중이다.
재판에서는 공수처 측이 당시 검찰 초기 수사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를 제시하며 “보고서를 보면 ‘제보자가 텔레그램 메시지를 조작했을 의혹은 더 이상 제기할 수 없고 메시지 최초 작성자가 손준성, 전달자가 김웅인 게 명확히 증명됐다고 기재돼 있다”고 묻자 B씨는 “결론을 그렇게 낸 것 같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검찰이 불기소로 결론을 내려놓고 짜맞추기식 수사를 했다”며 이 부장검사 등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부장검사가 텔레그램 구동 원리를 설명한 A씨와의 면담에 기반해 해당 보고서를 작성했고, 수사에 참여한 수사관들도 보고서 작성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또한 이 보고서의 취지는 전달 경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으며, 보고서에 담긴 의견이 불기소 결정문에 그대로 반영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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