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서학개미, 美 장기채 3배 레버리지 쓸어담아
한달새 ETF 800억 순매수
하락 땐 손실폭도 3배 달해
시장선 '한탕주의' 우려도
서학개미들이 미국 장기채권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채권 투자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레버리지를 통한 한탕주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1개월 동안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채권 상품은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국 장기국채의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트레저리 불3X(TMF)' ETF였다. 지난 한 달 동안 서학개미들은 TMF ETF를 6053만달러(약 785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주식을 모두 포함한 서학개미 순매수 순위로도 4위에 해당한다. 지난 1~3분기 서학개미들의 TMF ETF 순매수 순위는 24위였는데 최근 들어 매수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올해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채권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까지 커지면서 서학개미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9일(현지시간) TMF ETF 주가는 하루 동안 5.3%나 하락했다. 보통 채권 가격은 상장 주식만큼 변동성이 크지 않은 편인데 3배 레버리지 상품이라 하락폭이 컸다.
TMF ETF는 2020년 3월 기록한 고점에서 84% 급락했다. 최근 두 달 동안은 반대로 48% 급반등했는데 그만큼 레버리지 효과에 따른 등락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음의 복리 효과에 따라 채권값이 의도한 것과 반대로 움직일 때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레버리지 상품은 주가가 횡보하기만 해도 손해다. 예를 들어 100달러를 단순 1배 상품에 투자했을 때는 가격이 10% 오른 후 10% 내리면 99달러가 된다. 하지만 3배 상품일 경우 91달러로 손실폭이 더 커진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채권은 다양한 매크로 변수를 정확히 이해해도 투자가 어려운 상품"이라며 "단순히 금리 흐름만으로 채권 상품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건 옳지 않고, 심지어 레버리지를 활용한다는 건 장기 수익률에 역효과"라고 밝혔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반 채권 ETF는 지수를 추종해 월간 단위로 리밸런싱이 진행된다"며 "반면 레버리지 ETF는 추종 지수 일간 수익률의 2~3배를 추종해 일간 단위로 리밸런싱돼 변동성 장세에 특히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또 레버리지 상품은 기본적으로 선물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수수료율이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서학개미들이 한탕을 노리고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에 투자하는 데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약세장에서 우량주들의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보니 3배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을 통한 수익률 높이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레버리지 ETF의 문제점은 하방에 대한 방어가 전혀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이 경우 원금 회복이 매우 어려워지며 방향을 맞추더라도 시점을 맞추지 못한다면 짊어지는 리스크 대비 리턴(수익)이 매우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장기채 투자를 위해선 단순 1배 상품을 활용하라고 추천한다. TMF ETF와 같이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면서도 1배수인 '아이셰어스 20년+ 트레저리 채권(TLT)' ETF가 대표적이다. 만약 장기채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 1배 인버스 상품인 '프로셰어스 숏 20년 트레저리(TBF)' ETF를 담아볼 수 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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