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월부] "아바타2 너마저"… 흥행 부진에 美콘텐츠 기업 '우르르'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2. 12. 2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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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첫 주 성적표 기대 이하
디즈니·AMC엔터·아이맥스
영화 관련주 두 자릿수 급락
경기 침체 속 꽉 닫힌 지갑
믿었던 '대작' 흥행 실패 땐
콘텐츠 기업 성장동력 잃어

초대형 블록버스터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의 개봉 첫주 주말 흥행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관련주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이 점점 더 닫히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디즈니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3달러(4.77%) 하락한 85.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S&P500지수가 0.9%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낙폭이 크다.

디즈니 주가가 하락한 것은 이 기업이 배급한 영화 '아바타2'의 개봉 첫주 주말 실적이 실망스럽게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바타2'는 개봉 첫주 주말에 미국 내 수입 1억3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1억7500만달러는 물론 디즈니가 자체적으로 전망한 1억3500만~1억5000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서도 개봉 첫주 성적으로는 4위에 그쳤다. 3시간에 가까운 상영 시간 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바타2'가 가장 높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했던 중국 시장에서도 성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봉 첫주 주말 '아바타2'는 중국에서 5710만달러를 벌어들였는데, 디즈니는 이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표현했다. 중국 시장은 특히 '아바타2'에 의미가 컸다. 아바타 첫 번째 시리즈가 대흥행을 거둔 지역이기 때문이다. 또 2019년 이후 중국 정부는 디즈니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브랜드인 마블 슈퍼히어로 시리즈에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아바타2'가 중국 시장에서 디즈니가 큰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점에서 첫 주말 실적은 더 뼈아프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영화관 체인들도 이날 주가가 급락했다. AMC엔터테인먼트 주가는 8%, 시네마크홀딩스 주가는 10% 하락했다. 아이맥스 주가도 5% 하락했다. 아이맥스는 영화관들이 고해상도의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제작 시스템을 설계하는 캐나다 기업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20일 바른손과 바른손이앤에이 주가가 각각 7.04%, 9.54% 떨어졌다. 바른손은 지난해 디즈니의 파트너사인 투썬디지털아이디어를 인수·합병했다. CJ CGV 주가도 전날 대비 550원(3.07%) 하락한 1만7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디즈니를 비롯해 미국의 콘텐츠 관련 기업들은 올해 내내 주가가 하락했다. 디즈니는 올해 들어 주가가 45%, 넷플릭스는 51% 떨어졌다. 경기 침체로 인한 구독자 및 광고 감소 우려가 부각됐기 때문인데, '아바타2'의 개봉 첫주 흥행 부진은 그간의 걱정을 더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3년 만에 속편을 내놓은 인기 작품도 보러 나오지 않을 만큼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이미 미국 플로리다주 디즈니랜드에 아바타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까지 개장한 상태다. 월가에서는 그동안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되면 영화관이나 테마파크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디즈니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상황이 이어지면 그간 기대감에 부풀었던 디즈니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

또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유료화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난관을 극복하려고 하지만 녹록지 않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의 디지털 미디어 시장 전문매체 디지데이는 넷플릭스가 광고주들에게 약속한 구독자 수에 도달하지 못해 아직 방영되지 않은 광고에 대한 비용을 다시 돌려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기존 멤버십(월 9.99달러) 대비 낮은 가격인 6.99달러짜리 멤버십을 도입한 지 한 달 반 만에 나온 보도라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안겼다.

미국 투자은행 니덤의 로라 마틴 연구원은 "넷플릭스는 미국 구독자의 가입 해지율을 낮출 수 있는 유인이 없고, 이미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의 시장 규모를 달성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경쟁자들에게 구독자를 빼앗길 것으로 내다보면서 "넷플릭스 주식에 조심스럽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연이어 발표되고 있는 미국의 우울한 소비지표도 콘텐츠 기업들의 어두운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이달 15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11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수감사절 연휴와 블랙프라이데이가 포함돼 있어 '소비 대목'으로 여겨지는 이 시기에 오히려 전달보다 소매판매액이 감소했다.

'아바타2'의 실적 추이를 더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토니 챔버스 디즈니 글로벌 배급 부문장은 "개봉 첫주 실적에만 모든 게 달려 있는 건 아니다"며 "겨울 연휴와 중국의 설 연휴가 이어지는데, 다른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없어 경쟁이 덜하다"고 말했다. 극장 실적이 실망스럽더라도 '아바타2'의 훈기가 디즈니의 다른 파이프라인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디즈니의 매출 중 55%는 영화 배급 실적이 포함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발생한다. 나머지는 테마파크·제품(28%), TV 채널(28%), OTT(19%) 등에서 나온다. 제시카 리프 에를리히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 연구원은 "'아바타2'가 디즈니에 돈을 벌어다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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