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택경기 10년래 최악… “경제위기 오나” 월가도 떤다
미국 경제가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활동 전반에 영향이 큰 주택 시장이 ‘금리 충격’으로 위축되고 있어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 기준금리를 연 5%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예고한 연방준비제도가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주택 시장이 장기간 휘청거리면 금융시장 불안으로 옮아붙어 경제 위기를 부를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주담대 7%대까지 치솟아
19일(현지 시각) 전미주택건설협회(NAHB)가 집계한 12월 주택시장지수(HMI)는 31로 월가 전망치(34)를 밑돌았다. 코로나 사태 충격을 받아 일시적으로 급락한 2020년 4월(30)을 제외하면 2012년 6월(29) 이후 10년 만의 최저치다. HMI는 50보다 높으면 주택 시장 경기가 양호하고 50을 밑돌면 저조한 것으로 판단하는 지표인데, 작년 12월 84를 기록한 이후 올해 들어서는 매달 빠짐없이 낮아졌다. 지난 8월(49)부터는 5개월 연속 50을 밑돌았다.
하반기 들어 집이 안 팔리자 미국 건설 업체들은 할인 판매를 비롯해 다양한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가 워낙 높아져 꽁꽁 얼어붙은 주택 시장이 요지부동이다.
주택금융회사인 프레디맥 집계에 따르면, 작년 내내 연 2.9~3% 수준에서 움직인 미국 주담대 금리(30년 만기 고정금리 기준)는 올 들어 치솟기 시작해 상반기에 작년의 2배 수준인 연 5.81%(6월 23일)까지 올랐다. 하반기에도 연준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 여파 등으로 주담대 금리는 최고 연 7.08%(11월 10일)까지 도달했다.
금리가 워낙 높으니 집을 사려는 수요가 사그라들었다. 게다가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원가 부담에 시달린 건설사들이 소비자들 눈높이에 맞는 판매 가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NAHB의 로버트 디에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시장 약세가 내년에도 이어지고 내후년이 되어야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3명 중 1명 “내년 정리해고 두렵다”
미국에서는 빠른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걱정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경제성장률을 올해 1.6%, 내년 1%로 내다본다. 연준은 지난 15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0.5%로 대폭 끌어내렸다.
증시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100만달러 이상 투자 자산을 갖고 있는 미국인 부자 7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6%가 내년 S&P500 지수가 1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즈니스 분야 소셜 미디어인 링크트인이 미국 근로자 약 2만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3명 중 1명꼴인 31%가 고용주의 비용 절감과 정리 해고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연준을 향한 속도 조절 요구 커져
심각한 경기 침체가 발생하기 이전에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거나, 내년 하반기쯤에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핌코 창립자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를 통해 “연준이 이미 금리를 중립 수준 이상으로 올렸다”며 “초저금리 시기에 만들어진 과도한 부채를 갚아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물가가 잡힐 때까지 금리 인하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은 경기 하강을 방어하기 위해 내년 중 금리를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일본의 닛케이는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돼 금리 인상의 효과가 축소될까 봐 연준이 내년 물가 전망치를 높게 제시했을 수 있다”며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면 금리 인하로 전환되는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임금 인상발 인플레이션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에 경기가 식어가더라도 연준이 쉽사리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인상된 임금이 다시 물가를 올리는 악순환에 맞서는 게 내년 연준의 물가 대응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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