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웅크렸던 의료관광, 다시 기지개 켠다

이병철 기자 2022. 12. 2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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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피부과 등 병원, 일본 환자 찾기 시작해
대학병원 중심으로 중동 중환자 유치 활발
정부는 의료관광 육성 정책 세워
주로 외국인 환자가 찾는 성형외과가 몰려 있는 신사동역에서는 외국어로 안내하고 있는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병철 기자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강모 원장은 외국인 환자의 본격적인 입국을 앞두고 고민이 늘었다. 일본어와 베트남어에 능통한 직원을 지난달 뽑았는데, 중국에서 조만간 방역 정책이 풀릴 것으로 보여서다. 다시 중국말을 할 수 있는 직원을 뽑으려고 공고를 올렸는데, 마음에 드는 지원자가 없는 상황이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중국말을 할 줄 아는 직원을 찾는 병원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 크게 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미 중국말을 할 줄 아는 능력 있는 직원을 찾기 어렵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인근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는 안모 원장은 최근 외국인 환자 진료를 시작했다. 코로나로 지난 2년 동안 환자 대부분이 한국인이었지만, 지난달부터 외국인 환자가 늘기 시작해 환자 10%는 일본인 환자가 됐다. 일본에서 최근 한국 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어 앞으로 당분간 일본인 환자들의 방문이 늘 것으로 보고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을 한 명 더 채용할 계획이다. 베트남, 태국처럼 동남아에서도 한류 열풍이 불어 한국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막혔던 하늘길이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열리면서 의료계도 외국인 환자를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미용 목적으로 의료관광을 오는 환자를 맞는 병원에서는 최근 외국인 환자가 늘 것을 대비해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을 앞다퉈 뽑고 있다. 중환자들이 자주 찾는 대학병원도 적극적으로 환자를 유치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미용·성형 시술부터 암 치료까지 한국 찾는 외국인들

미용시술인 성형외과, 피부과를 주력으로 하는 병원을 중심으로 최근 외국인 환자들의 방문이 늘고 있다. 각국에서 방역조치를 해제해 해외 여행이 이전보다 쉬워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은 47만6097명으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400%넘게 늘었다. 일본인 입국자는 같은 기간 5300% 늘었다. 강 원장은 “아직 코로나 이전 시기의 환자 수에는 못미치지만,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의 두 배는 된다”며 “그 중에서도 일본인 환자의 증가세가 빨라 내년 중순에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증 질환을 치료하려는 목적으로 한국의 대학병원을 찾는 중동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 중동 지역의 국가에서는 중환자들이 해외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진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관계자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장기이식, 암 같은 중환자들이 한국의 대학병원을 많이 찾고 있다”며 “이들은 정부 차원에서 한국에 입국하고 있고, 내년 중순 이후에는 중동 환자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병원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UAE 아부다비보건청 환자송출국 대표단이 지난 11월 7~10일 한국을 방문해 환자 송출 확대, 의료인 연수 지원 등 보건 협력을 약속했다. /한국보건산업협회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중동 국가와 직접 소통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로부터 국비환자 위탁치료 계약을 채결해 7월부터 환자를 받고 있다. 지난 10월 말에는 아랍에미리트에 직접 방문해 환자 위탁을 의논하기도 했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9월 도입한 중입자 치료기를 통해 외국인 환자의 방문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중증 암 환자들이 많이 찾는 병원인 만큼 치료 효과가 높은 중입자 치료기로 환자 유치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해외 환자들을 위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들이 한국에 입국해서 치료를 받기 전에 편안하게 자신들의 나라에서 문진을 하고,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다시 기지개 켜는 의료관광

글래스고 리서치 앤 컨설팅에 따르면 전 세계 의료관광 시장은 2020년 710억달러(약 93조원) 이후 매년 9.7%꾸준히 성장해 2025년 182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정체됐던 수술 대기 수요가 폭증해 코로나 이전보다도 성장이 더 빠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도 여기에 발맞춰 의료 관광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1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외국인 환자 유치기관 평가·지정제를 평가·인증제로 바꾸기로 했다. 또 인증 유효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의료계는 이번 개정으로 병원이 외국인 환자 유치기관 평가인증을 받는 데 필요한 절차가 다소 간단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 유치기관 평가인증을 받은 병원은 정부로부터 해외 홍보, 외국인 환자 유치를 지원받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이달 12일 제7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어 의료관광 우수유치기관 지정기준을 완화하고 지정 규모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현재 법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

의료관광 우수유치기관은 현재 1년에 50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면 지정받을 수 있다. 지정을 받으면 환자와 가족들에게 별도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도 전자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외국인 환자 유치에 더 유리하다. 또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현지 의료진과 비대면 협진을 통해 관리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12일 제7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고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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