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얼라이브]"외계어 같은 과학용어…친절한 설명 위한 공동노력 필요"

이영애 기자 2022. 12. 2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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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개최된 '사이언스 얼라이브' 행사에서 패널들이 과학용어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KIST 제공

"기상용어가 처음에는 외계어 같았어요. 글자 그대로 외워서 내뱉는, 그래서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지경까지 갔다가 처음으로 슬럼프가 왔어요."

"전문용어가 많아 대사 외우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올해 2~4월 방영된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의 주연배우들은 제작발표회에서 기상청 전문용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근영 전 한겨레 기자는 "과학기자 입장에서도 이들과 똑같이 과학용어가 어렵게 느껴진다"며 "과학용어를 순화하기 위해서는 과학계와 언론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공감하는 과학용어 만들기'라는 주제로 '제3회 사이언스 얼라이브'가 개최됐다. 동아사이언스가 3년째 진행하고 있는 사이언스 얼라이브는 과학자와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과학용어와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행사다. 올해 행사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기초과학연구원(IBS) 주관, 한국과학창의재단 후원으로 열렸다.

이날 두 번째 세션과 세 번째 오픈토크에서는 과학용어를 자주 활용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 및 과학기술특성화대의 홍보팀, 전 과학기자, SF 작가가 모여 과학용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고 의견을 나눴다.

"'멤트랜지스터'를 '메모리'와 '트랜지스터'의 합성어라고 풀어써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설명하려고 '인체 신경시냅스의 전기적 가소성을 재현성 있게 모방했다'고 말해도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지는게 현실입니다."

과학적 연구 성과를 가장 먼저 '보도자료'의 형태로 전달하는 심시보 기초과학연구원(IBS)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어려운 용어를 설명할수록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며 "커뮤니케이터들은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과학용어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고호관 SF 작가는 "과학자들은 일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단어가 많다"고 말했다. 일례로 '양자화됐다'는 용어는 입자물리학자들에게는 익숙한 표현이지만 일반인에게는 한 번에 의미가 와닿지 않는다.

과학용어가 통일돼 있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외국어와 한국어가 혼재해 쓰이거나 한국어로 된 용어가 여러 가지라 혼란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고 작가는 "'homology directed repair'라는 생물학 용어를 과학자들은 영어 그대로 쓰는데 번역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찾아보니 공식적인 용어가 없었다"며 "'상동인도복구' '상동 지향적 복구' 등으로 번역된 사례가 있었지만 관련 분야 전문가가 아닌데 임의로 번역을 해도 되나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어로 번역한 단어가 되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경우도 있다. 고 작가는 "'algae'는 한국어로 '조류'인데 대중은 조류라는 용어를 보면 당연히 새를 먼저 떠올린다"며 "굳이 동음이의어로 번역해 헷갈리도록 해야 하는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과 토론에서는 대중에 대한 과학용어 이해도를 높이려면 어렵거나 혼란을 주는 단어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근영 전 기자는 "기상청의 경우 지난 2년간 기상용어를 쉽게 바꾸는 작업을 했다"며 "'해기차'를 해수면 온도의 기온차, '발원'을 '발생' 등으로 바꿔 대중의 이해를 도왔다"고 말했다. 또 그는 "2005년 황우석 스캔들 초기에는 줄기세포를 '간세포'라고 썼다"며 "간(liver)의 세포라는 오해가 있어 이후 줄기세포가 됐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은 어려운 과학용어를 포함한 연구성과를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현숙 KAIST 대외협력실장은 "KAIST 는 연구 분야가 다양하다 보니 어떻게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며 "의학드라마를 볼 때 전문용어가 많아도 내용이 재밌으면 끝까지 보는 것처럼 커뮤니케이터도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보도자료가 전문가들을 위한 전문기사가 될 수도, 대중을 위한 쉬운 기사가 될 수도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보도자료는 친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시보 실장은 "보도자료의 경우 작성 담당자가 주제와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연구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해법은 단순하지만 그만큼 시간을 투자해 실천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외협력팀의 박태진 선임행정원도 "연구자를 끊임없는 질문으로 괴롭혀야 좋은 보도자료가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자료를 완성한 뒤에는 꼼꼼히 피드백을 받아서 정확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글로 설명하는 것 외에 추가적인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심시보 실장은 "동영상, 이미지 등으로 제작해 이해를 도울 수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초기 코로나바이러스의 생활사를 그래픽으로 제작해 바이러스 전파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석영 가천대길병원 커뮤니케이션 파트장은 "'대퇴골'을 '넙적다리뼈'로 설명하고 이를 다시 '골반과 무릎 사이 위치하는 뼈'라고 부연 설명해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직접 와닿지 않는다"며 "유튜브 등 영상콘텐츠나 그림을 활용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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