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 100%·결선투표 도입’에 예측 어려워진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친윤 주자 간에도 ‘2등 내 살아남기’ 경쟁

정대연 기자 2022. 12. 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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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가운데)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내년 3월 초로 예고된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전당대회 경선 규칙을 변경하기로 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 규칙과 시기가 사실상 정해지면서 당권주자 간 경쟁이 불붙고 있다. 당심을 잡은 확실한 수위 후보가 없는 가운데 ‘당원투표 100%·결선투표 도입’으로 ‘1차 투표에서 2등 안에만 들면 당선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친윤(석열)계 후보들 사이에서도 견제가 치열하다. 비윤(석열)계 대표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연일 언론에 출연해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비대면으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당대표를 여론조사 없이 당원 선거인단 투표로만 선출하고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간 결선투표를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의결한 20일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은 내 것’이라 주장하는 김기현·안철수 의원이 맞붙었다. 김 의원은 전날 윤 의원이 ‘당원투표 100%’에 반대하면서 “골목대장이나 친목회장을 뽑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한 것을 두고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책임당원 80만명에 달하는 공당의 당대표를 골목대장이라고 폄하하면서도 그 당의 대표는 한번 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인지부조화”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지난해 김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이준석 당시 당대표 후보가 전당대회 전 여론조사에서 선전하는 것을 “당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 것을 지적하며 “놀라운 변신이다. 이렇게 180도로 말을 바꿀 수 있느냐”고 했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은 이날 각각 경남과 대구·경북을 방문했다. 당원 비율이 높은 영남권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로 임명된 나경원 전 의원도 김기현 의원과 신경전을 벌였다. 나 전 의원은 전날 “현재 거론되거나 출마를 준비 중인 어느 당권주자와도 이른바 연대라는 것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같은 날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에게 중책을 맡겼다며 “그런 점들을 다 고려해서 (나 전 의원이)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의 당대표 불출마를 시사한 데 대한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나 전 의원은 김 의원을 비롯한 친윤계 의원들의 대통령 관저 방문 사실이 잇따라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이날 YTN에 출연해 “대통령과의 만남·대화는 시중에 얘기하지 않는 게 정치 예의였다. 윤심팔이가 심하다”고 비판했다.

한동안 ‘강연 정치’에 주력했던 유승민 전 의원은 이달 7일부터 직접 라디오·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발언 수위도 갈수록 높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MBC에 나와 전당대회 규칙 개정과 관련해 “막장드라마 배후에는 윤 대통령이 있다고 본다. 윤핵관들이 누구 믿고 이렇게 설치겠느냐”며 “유승민이 1차 투표에서 1등을 하면 윤핵관들이 똘똘 뭉쳐서 저를 떨어뜨리려고 결선투표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당대표가 되면 권력에 기생해서 국민의 민심에 반하는 언행을 한 사람은 공천에서 완전히 배제할 것”이라며 윤핵관 총선 공천 배제도 시사했다.

당권주자들이 친윤·비윤계를 가리지 않고 상대방과 치받는 것은 바뀐 전당대회 규칙이 그 원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뚜렷한 선두권이 없는데다 국민의힘 당원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락을 예측하기 어려워 전당대회가 치러질 내년 3월 초까지 두달여 간 후보들은 각자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또한 결선투표 도입으로 친윤계 주자들 사이에서도 비윤계 당선을 막기 위한 단일화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후보 누구나 ‘일단 2등 안에만 들자’는 생각을 가져볼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결선투표가 도입됐기 때문에 중간에 후보 단일화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굉장히 (후보가) 난립할 수 있다. 1·2위 후보가 누가 될지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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