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아들 취업 부탁하고 ‘간 이식’ 약속했다…벌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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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취업을 대가로 건설사 회장에게 간이식을 약속했다 재판에 넘겨진 50대 어머니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약속했던 간이식은 수술 직전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간이식을 약속받았던 건설사 회장은 세상을 떠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1부(재판장 박정길)는 20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여성 ㄱ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ㄱ씨는 지난 2월 지인을 통해 한 중견 건설사 회장의 병환이 깊어 간이식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ㄴ씨 등에게 전해들었다. ㄴ씨 등은 해당 건설사 직원으로, 간이식이 필요했던 회장의 아들인 건설사 대표와 동창인 관계였다. ㄱ씨는 ㄴ씨 등과 만나 장기 기증 의사를 전달하고, 아들의 건설사 취업과 현금 1억원을 대가로 요구했다. 건설사 대표는 이를 수락했다.

결국 ㄱ씨는 지난 3월7일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장기기증 검사를 받았다. 간을 받기로 한 회장의 며느리 행세를 했다. 일주일 뒤에는 국립장기조직 혈액관리원에서 장기이식 대상자로 승인까지 받았다. 그러나 간이식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수술이 연기됐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ㄱ씨와 간병인 등의 관계를 수상쩍게 여긴 간호사가 ‘장기 매매’를 의심해 관계기관에 신고해 덜미가 잡혔다. 수술이 취소되고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던 지난 7월 간이식을 기다리던 건설사 회장은 결국 세상을 떠났다.

현행법은 ‘장기 매매’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은 금전이나 재산상의 이익, 그 밖의 반대급부를 약속하고 장기를 주거나 이를 교사, 알선, 방조하는 경우 모두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정에 선 ㄱ씨는 법을 어기는 일인지 몰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ㄱ씨는 재판 과정에 “수술이 성공하면 아들이 취직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수적으로 돈도 준다고 하니까 욕심이 생겼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매매를 알선한 ㄴ씨 등도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대표)의 아버지(회장) 일이라 내 일처럼 도와주려던 일”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ㄱ씨에게 벌금 300만원, ㄴ씨 등 공범 2명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기 적출 이식은 불법으로 행해지면 매수자와 매도자의 생명, 건강, 보건에 위해 끼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법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피고인들의 행위는 이를 위반한 것이라 형사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ㄱ씨에 대해서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수술이 연기돼 대가 지급 약속 지켜지지 않았고, 범행 가담 정도가 가벼운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혜민 jhm@hani.co.kr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