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 떠 있는 얼굴 … 그림 아니라 사진입니다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2. 12. 2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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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스바르보바 개인전 '어제의 미래'
슬로바키아 출신 사진작가
동화같지만 섬뜩한 이미지로
MZ세대들에게 인기 끌어
"언젠가 北 촬영하고싶어"
슬로바키아 출신 예술사진 작가 마리아 스바르보바가 자신의 대표작 '수영장' 연작 중 하나인 '타인'(왼쪽)과 '옐로우 캣'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이 작가가 찍은 프레임 속 세상은 마치 그림을 그린 듯 완벽에 가까운 대칭 구도와 선명한 색상으로 구현돼 있다. 마치 평화로운 동화 같다. 그러나 철저히 통제된 아름다움에선 때로 섬뜩함도 느껴진다.

예술사진으로 2018년 세계적 권위의 하셀블라드 마스터(Hasselblad Master)의 영예를 안은 사진작가 마리아 스바르보바가 처음으로 내한했다. 2019년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3년 만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어제의 미래' 전시를 선보이면서다. 2010년부터 찍은 작품 170여 개가 5개의 큰 주제로 분류돼 있으며 내년 2월 26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1989년 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나 아직 30대 초반에 불과한 이 작가를 향한 국제적 관심이 뜨겁다. 지난 10일 서울에서 열린 기념 팬 사인회에는 긴 줄이 늘어서며 대중성을 입증했고, 바다 건너 스페인 말라가에서도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최근 서울 전시장에서 직접 만난 스바르보바는 "지난 팬데믹 3년은 힘들었지만 빈 건물에서 촬영할 수 있게 되면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며 안부 인사를 건넸다.

스바르보바는 옛것에서 현대적 감각을 끌어내고, 단단한 물질에서 유약한 이면을 찾아내 소재로 삼는 등 사진에 복합적인 주제를 담는다. 전시의 주요 주제인 '퓨트로' 역시 미래를 의미하는 '퓨처'와 과거·복고라는 뜻의 '레트로'를 합친 말이다. 특히 구소련 시절을 연상시키는 1990년대 슬로바키아 의상과 소품이 중요하게 쓰인다. "작품을 이루는 대칭·직선 같은 기하학적 요소와 건축물, 시대적 의상, 자연광 등이 모두 중요한 요소입니다. 제가 태어났을 때 공산주의는 이미 종식됐지만 제 주변을 감싸고 있던 분위기는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노스탤지어)을 느끼게 합니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을 섞어 변치 않는 영원한 것(타임리스)을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수영장' 연작에선 오래된 슬로바키아 수영장을 배경으로 노랑·빨강 수영복과 푸르고 투명한 물이 포인트 색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동시에 살균 처리라도 된 듯 극도로 깨끗하게 관리된 수영장과 벽에 붙은 '점프 금지' 등 통제 문구는 엄격한 규제를 뜻한다.

미적인 완벽성과 역사적·은유적 의미를 모두 중시하는 작가에게 한국은 어떤 인상으로 다가왔을까. 전시장과 숙소만 오갔던 짧은 내한 기간에 한국 건축물을 따로 접할 시간은 없었다지만, 이동 중 차 안에서 찍었다며 스마트폰 풍경 사진 한 장을 내보인다. 하늘을 향해 나란히 솟아 있는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 건물 3채, 그 안에 규칙적으로 박혀 있는 사각 창문 등 흔한 서울 풍경이지만, 스바르보바 작품의 연장선이라 말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냉전 시대 유산으로 분단돼 있는 한반도에 대해 느낀 매력에 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분단과 이별은 슬픈 주제라 조심스럽지만 북한에 남아 있을 공산주의 건축과 기념물, 그 안의 균일성은 궁금합니다. 통치 체제가 아니라 시각적 요소(비주얼리티)를 좋아할 뿐입니다. 가족과 친구들은 위험한 일이 생길까 봐 걱정하지만 분명 매력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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