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끝도 ‘이재명’…檢, ‘형수 욕설’ 댓글까지 겨눴다
유동규, 남욱에 댓글작업 지시 정황…치열한 법정 공방 예상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정치적 동지 이재명' '최측근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공소장에 총 81번 언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공소장이 사실상 이 대표를 겨눈 것이란 평가다. 이 대표 소환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 검찰은 대장동 일당과 이 대표 측의 '댓글 작업' 공모까지 적시하며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20일 법무부가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정 전 실장 공소장에 따르면, 해당 문건에는 이 대표가 총 81번이나 등장한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민간업자들로부터 428억원의 뇌물을 받는 대가로 5가지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화천대유 요구사항을 그대로 반영한 공모지침서 작성 ▲편파 심사를 통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수천억원대 배당금 몰아주기 ▲대장동 부지 5개 블록 수의계약 ▲이익 극대화를 위한 공동주택 용적률 상향·임대주택 용지 비율 최소화 승인 등의 특혜를 정 전 실장이 제공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정 전 실장 신상과 혐의를 설명하면서 이 대표를 '정치적 동지' 또는 '최측근'으로 표현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을 거쳐 경기지사로 재직하면서 결재한 주요 보고서나 문건을 "모두 피고인 정진상의 검토를 거치도록 했다"며 이 대표를 동시 조준했다. 정 전 실장 혐의 전반에 이 대표가 얽혀 있어 소환조사 역시 불가피하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공소장에는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의 선거를 도왔다는 내용도 담겼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013년 남욱 변호사로부터 돈을 건네받으며 "민간업자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이재명 시장도 당선시키기 위해 우리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 시장 당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지시를 받은 대장동 일당이 실제로 이 대표 선거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여론을 조성하는 작업을 실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형수 욕설' 파문 재등장…댓글 작업 지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제6회 지방선거를 앞둔 2014년 4월 이 대표가 친형과 형수에게 욕설한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유포돼 파문이 일자 남 변호사에게 댓글 작업을 지시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댓글부대라도 만들어 이재명의 욕설을 옹호하는 댓글을 작성하라"고 했고, 남 변호사는 자신의 회사 직원들까지 동원해 성남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카페에 '이재명 심경이 이해된다'는 취지의 댓글을 여러 차례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 상대 후보의 동생이 '형수 욕설' 관련 불법 파일을 유포해 검찰에 송치됐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일단 검찰은 정 전 실장 공소장에 이 대표의 공모 혐의를 적시하진 않았다. 특혜 제공과 댓글 작업 등 불법 행위를 사전에 인지했다는 정황도 담지 않았다. 다만,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진술에 따라 이들이 추진하던 사업 핵심 내용이 유 전 본부장을 거쳐 정 전 실장에 보고되고 최종 승인자가 이 대표라는 점을 강조했다.
때문에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혐의와 이 대표 관련성을 두고 법정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정 전 실장은 이 대표 관련성은 물론 자신에 대한 혐의가 모두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등 일부 인물들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정 전 실장까지 기소되며 검찰 칼끝이 턱밑까지 치고 들어오자 "어디 한 번 탈탈 털어보라"며 맞불을 놨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 '이장입니다. 길고 깊은 겨울'이라는 제목의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제비가 왔다고 봄이 아닙니다. 봄이라서 제비가 온 것입니다"라며 "길고 깊은 겨울이 시작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자신과 측근들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무죄를 자신하며 흔들리지 않고 가겠다는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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