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여정 ‘말폭탄’ 이어 외무성 담화···같은날 한·미·일 싸잡아 비난

박광연 기자 2022. 12. 2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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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를 방문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0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관련해 “곧 보면 알게 될 일”이라며 정상 각도 발사를 시사했다. 국방력 강화 성과를 평가절하한 남한 당국과 전문가들에게 “왜 계속 개짖는 소리만 내며 우리의 분노만 키우나”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반격 능력’을 국가안보전략에 명시한 일본 정부와 미국을 비판했다. 한·미·일 모두를 비난하며 ICBM 정상각도 발사 등 국방력 강화를 위한 도발적 행동 방침을 드러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남측이 북한 ICBM 기술력 부족을 지적한 데 대해 “우리의 대륙간탄도미싸일이 대기권 재돌입에 대해 인정받지 못했다느니, 검증되지 않았다느니 늘쌍 그런 것들을 물고늘어져 왔는데 나는 살다살다 별 걱정을 다 해주는 꼴을 본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이어 “고각 발사만으로는 입증할 수 없고 실제 각도로 쏴보아야 알 수 있을 것 뭐 또 이따위 논거로 우리 전략무기 능력을 폄훼해보자고 접어들 것이 뻔할 것 같아보인다”며 “곧 해보면 될 일이고 곧 보면 알게 될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밝혔다. ICBM을 고각 발사가 아닌 정상 각도(30~45도)로 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정찰위성 발사 시험을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발표한 군 당국에 대해선 “억지 주장도 얼마나 뻔뻔스럽고 당돌하게 해대는지”라며 “또 우리가 ‘도발’하기 위해 미싸일들을 쏘았다고 할 셈인가”라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전날 북한 공식매체에서 보도된 정찰위성 발사 시험 결과와 서울·인천 위성사진 수준을 혹평한 남한 전문가들도 겨냥했다. 그는 “화상자료를 보고 ‘언제 찍은 사진인지 모를 일’ ‘분석 중’, ‘기만조작일 가능성’, ‘조악한 수준’ 등 남을 폄훼하는데만 혈안이 되여있다”며 “소위 전문가들이라는 것들이 평하는 수준과 사유 능력이 그 정도 밖에는 안되는가”라고 밝혔다.

정찰위성 발사 시험을 도발로 규탄한 통일부에 대해서도 “그 형편없는 ‘담대한 계획’인지 뭔지 하는 것을 붙들고 앉아 황당한 망상만 하고 있을 대신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여 격하게 번져져가는 작금의 사태를 안정시킬 생각에 전념하는 것이 더 이로울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위원장이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군사적 업적을 저평가하는 남한 내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행위로 보고 자신들 주장을 강변한 것”이라며 “사실상 김 위원장의 반응”이라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은 김 부부장 담화가 나온 직후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대변인 담화에서 지난 16일 ‘적 기지 공격’을 명시한 일본의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을 맹비난했다. 외무성은 “일본이 주장하는 이른바 ‘반격 능력’은 주권 국가의 합법적인 자위권 보유와는 전혀 인연이 없으며 철두철미 다른 나라의 영역을 타격하기 위한 선제공격 능력”이라며 “분명 잘못되고 너무도 위험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그러면서 “일본의 군비 과욕에 대하여 유독 미국만이 ‘담대하고 역사적인 조치’로 극구 지지 찬양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합법적인 자위권 행사와 국방력 강화에 대하여 함부로 걸고들 그 어떤 자격이나 명분도 없다”고 미국도 비난했다.

북한이 같은날 김 부부장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미·일에 대한 불만을 한꺼번에 내비친 모양새가 됐다. 한·미·일에 맞서 정찰위성 개발과 ICBM 정상각도 발사 등 핵심 군사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과감하고 결정적인 군사적 조치” 등 도발적 행동을 이어가겠단 방침을 시사했다.

북한 관영매체는 이날 ‘불가피한 상황’을 전제하며 대남 핵선제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면 기사에서 “국가 핵무력 정책을 법화하면서 우리의 핵이 결코 절대로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여 있을 수 없으며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면 부득불 강력한 핵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데 대하여 온 세계에 선포하고 그것을 이번에 실제적인 군사 행동으로 실증하였다”고 주장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김 부부장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추가 도발을 거듭 위협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불법적인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호응해 비핵화 대화에 나올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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