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만 봤던 한은, 내년엔 경기·부동산·금융시장도 본다
최정희 2022. 12. 20. 17:06
한은, 12월 물가안정 점검회의 개최
이창용 "물가 5%에서 상당폭 내려오면 '금융안정' 등도 같이 고려"
물가, 당분간 5% 내외 오르다 점차 둔화 전망
"내년 상반기 경기 많이 어려워…'침체 경계선'에 있다"
"'최종금리 3.5%' 약속 아냐…'스...
이창용 "물가 5%에서 상당폭 내려오면 '금융안정' 등도 같이 고려"
물가, 당분간 5% 내외 오르다 점차 둔화 전망
"내년 상반기 경기 많이 어려워…'침체 경계선'에 있다"
"'최종금리 3.5%' 약속 아냐…'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해 5%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리려고 기준금리를 역사상 가장 빠르게 인상했던 한국은행이 ‘물가 직진’ 기조에서 경기침체, 부동산 가격 하락 조정, 금융시장 안정까지 다방면의 변수들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5%에서 상당폭 내려오면 목표치인 2%가 되기 전에라도 경제 발전, 금융안정 등을 같이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11월 최종금리 3.5% 전망은 약속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최종금리를 3.5% 언저리 중 어디에 방점을 찍을지에 대해선 고민이 깊어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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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에 초점 맞추긴 하는데…경기는 ‘침체 경계선’
한은은 20일 ‘12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을 통해 통화정책의 초점을 ‘물가 안정’에 두겠다고 했지만 동시에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이전보다 높였다. 한은은 2019년부터 매년 6월, 12월에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올 들어 11월까지 물가상승률은 전년동기비 5.1% 올라 1998년(7.5%)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가는 당분간 5% 내외로 오르겠지만 오름폭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렇다고 내년 중 목표치인 2%로 내려올 가능성도 낮다. 한은은 내년 상반기, 하반기 물가상승률(연간 3.6%)을 각각 4.2%, 3.1%로 내다보고 있다. 공급 부족에 따른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 공공요금 인상 등은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반면 국내외 경기 둔화, 부동산 가격 급락 등은 하방 압력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년 물가상승률은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목표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며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총재는 이날 처음으로 경기와 관련 ‘침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 총재는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는 만큼 이것이 침체로 가느냐, 안 가느냐는 경계선에 있다고 예측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달 내년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2000년 이후 2009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성장률 전망치다.
이 총재는 “물가가 5% 이상으로 높았을 때는 다른 것을 고민할 필요 없이 물가를 우선 잡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였는데 중앙은행이 물가만 보는 것은 아니다”며 “물가가 5%에서 상당폭 내려와 중장기적으로 물가안정 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면 물가가 2%로 가기 전에라도 경제의 건전한 발전, 금융안정 등을 같이 고려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총재는 “(누적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국내 경기 둔화 속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정책금리 변화 등을 함께 고려해 정교하게 정책에 대응하고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조정, 이에 따른 금융안정 저하 가능성, 경제의 각 부문에 미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각별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너무 늦게 대응하면 침체, 일찍 대응하면 물가 상승 우려”
이날 이 총재는 최종금리 3.5%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11월 금통위원들 다수가 3.5%를 터미널(terminal) 금리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시장과 소통하기 위한 것이지, 약속이 아니다”며 “경제 상황이 바뀌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이날 발언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최종금리가 최소한 3.75%로 뛰어오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11월 금통위 당시엔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5% 이상의 금리를 지지한다고 밝혔으나 경기에 대한 우려, 금리 인상 부작용에 대한 언급이 많아진 만큼 최종금리는 3.5% 이하에 머물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한쪽에선 연준이 금리 점도표를 통해 최종금리를 5~5.25%까지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고려하면 3.5% 이상도 열어둬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총재도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진 모습이다. 통화긴축 기조가 과소, 과잉대응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 총재는 “가장 큰 고민거리”라며 “너무 늦게 대응을 하게 되면 경기침체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있고 너무 일찍 대응을 하게 되면 또 다시 물가가 올라가 ‘스탑앤고(stop and go)’에 (빠지는 등) 통화정책 신뢰성을 상실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두 가지 위험을 잘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스탑앤고는 1970년대 석유파동 당시 연준이 물가를 잡은 줄 알고 금리 인상을 중단, 심지어 금리 인하에 나섰다가 또 다시 물가가 뛰어오르면서 금리 인상으로 선회한 경험을 말한다. 그로 인해 1979년 폴 볼커 연준 의장이 선임된 이후 11% 수준이었던 금리를 2년여 만에 20%까지 올려 물가 안정 비용을 더 크게 치른 바 있다.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9월처럼 7% 가까이 폭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미국의 높은 금리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총재는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올랐던 충격이 이제는 천천히 더 길게 오래 갔을 경우 환율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한은은 20일 ‘12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을 통해 통화정책의 초점을 ‘물가 안정’에 두겠다고 했지만 동시에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이전보다 높였다. 한은은 2019년부터 매년 6월, 12월에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올 들어 11월까지 물가상승률은 전년동기비 5.1% 올라 1998년(7.5%)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가는 당분간 5% 내외로 오르겠지만 오름폭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렇다고 내년 중 목표치인 2%로 내려올 가능성도 낮다. 한은은 내년 상반기, 하반기 물가상승률(연간 3.6%)을 각각 4.2%, 3.1%로 내다보고 있다. 공급 부족에 따른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 공공요금 인상 등은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반면 국내외 경기 둔화, 부동산 가격 급락 등은 하방 압력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년 물가상승률은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목표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며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총재는 이날 처음으로 경기와 관련 ‘침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 총재는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는 만큼 이것이 침체로 가느냐, 안 가느냐는 경계선에 있다고 예측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달 내년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2000년 이후 2009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성장률 전망치다.
이 총재는 “물가가 5% 이상으로 높았을 때는 다른 것을 고민할 필요 없이 물가를 우선 잡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였는데 중앙은행이 물가만 보는 것은 아니다”며 “물가가 5%에서 상당폭 내려와 중장기적으로 물가안정 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면 물가가 2%로 가기 전에라도 경제의 건전한 발전, 금융안정 등을 같이 고려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총재는 “(누적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국내 경기 둔화 속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정책금리 변화 등을 함께 고려해 정교하게 정책에 대응하고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조정, 이에 따른 금융안정 저하 가능성, 경제의 각 부문에 미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각별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너무 늦게 대응하면 침체, 일찍 대응하면 물가 상승 우려”
이날 이 총재는 최종금리 3.5%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11월 금통위원들 다수가 3.5%를 터미널(terminal) 금리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시장과 소통하기 위한 것이지, 약속이 아니다”며 “경제 상황이 바뀌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이날 발언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최종금리가 최소한 3.75%로 뛰어오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11월 금통위 당시엔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5% 이상의 금리를 지지한다고 밝혔으나 경기에 대한 우려, 금리 인상 부작용에 대한 언급이 많아진 만큼 최종금리는 3.5% 이하에 머물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한쪽에선 연준이 금리 점도표를 통해 최종금리를 5~5.25%까지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고려하면 3.5% 이상도 열어둬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총재도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진 모습이다. 통화긴축 기조가 과소, 과잉대응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 총재는 “가장 큰 고민거리”라며 “너무 늦게 대응을 하게 되면 경기침체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있고 너무 일찍 대응을 하게 되면 또 다시 물가가 올라가 ‘스탑앤고(stop and go)’에 (빠지는 등) 통화정책 신뢰성을 상실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두 가지 위험을 잘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스탑앤고는 1970년대 석유파동 당시 연준이 물가를 잡은 줄 알고 금리 인상을 중단, 심지어 금리 인하에 나섰다가 또 다시 물가가 뛰어오르면서 금리 인상으로 선회한 경험을 말한다. 그로 인해 1979년 폴 볼커 연준 의장이 선임된 이후 11% 수준이었던 금리를 2년여 만에 20%까지 올려 물가 안정 비용을 더 크게 치른 바 있다.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9월처럼 7% 가까이 폭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미국의 높은 금리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총재는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올랐던 충격이 이제는 천천히 더 길게 오래 갔을 경우 환율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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