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의심되네”...국토부, 빌라왕과의 전쟁 시작
#. 수도권에 빌라를 지은 건축주 E씨는 브로커 F씨와 시세보다 높은 보증금에 전세계약을 체결할 시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공모한 뒤, 무자력자 G씨가 빌라 건물을 통째로 매수토록 했다. F씨는 E씨가 이자를 지원하기로 했다며 임차인들을 현혹했다. 임차인들은 전세 만기 후 G가 보증금을 미반환하면서 빚더미에 앉게 됐다.
국토교통부가 사기로 의심되는 전세거래를 경찰청에 수사의뢰한다. 무자본 갭투자와 고의적 보증금 편취 행각을 샅샅이 뜯어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1100채가 넘는 빌라를 소유한 채 사망해 다수의 임차인을 좌절시킨 ‘빌라왕’의 사례도 포함됐다.
20일 국토부에 따르면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거래는 106건이다. 연루된 법인은 10개, 혐의자는 42명이다. 국토부가 지난 9월 28일부터 11월까지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상담사례 687건 중 피해자 수가 많거나 공모가 의심되는 사건을 1차적으로 조사한 결과다. 여기에는 빌라왕 관련 사건도 16건 포함됐다.
혐의자별로 살펴보면 임대인이 25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공인중개사(6명), 임대인 겸 공인중개사(4명), 모집책(4명), 건축주(3명) 등이었다. 피해자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가 포진된 30대(50.9%)와 20대(17.9%)가 대부분이었다. 피해금액은 171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무자본 갭투자에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주택관은 “현재 진행 중인 전세사기 단속뿐만 아니라 임대차 거래정보 분석과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앞으로 발생 가능한 사기도 예방할 것”이라며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 출범을 계기로 부동산 거래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범죄로부터 소비자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수사의뢰하지 않은 나머지 사례들에 대해서도 심층 분석을 거쳐 추가 수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이에 국토부는 오는 27일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기획단은 주택시장 안정과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목표로 부동산 계약 단계에 초점을 맞춰 투기·탈세 위주로 조사·적발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세사기·담합 등 시장교란행위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부서의 명칭을 변경하고 부동산 거래 전 단계에 대해 모니터링과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법무부도 힘을 보탠다. 법무부과 국토부는 이날 전세 사기 피해 임차인 법률지원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빌라왕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의 보증금 반환부터 소송까지 한 번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TF는 법무부, 국토부, 경찰청,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대한법률구조공단 및 민간 전문가로 구성됐다.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은 “복잡한 법률 쟁점을 신속히 검토하고, 소송구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겠다”며 “논의과정에서 제도적 미비점들이 확인되면 제도개선 방안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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