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LNG 터미널 설치 급한데…지역 주민들은 결사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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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북서부 토스카나 해상에 설치하려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역 정부·주민들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심한 이탈리아 정부는 신속한 LNG 터미널 건설을 긴급한 국가 안보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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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이탈리아 정부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북서부 토스카나 해상에 설치하려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역 정부·주민들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갈등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악화한 에너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 석유·가스 의존도를 줄이려 분투하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카타르 등에서 해상 선박으로 운송되는 LNG를 더 많이 수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하려 서두르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더 많은 LNG 터미널이 필요하다.
새 LNG 터미널 건설로 해외로부터 더 많은 가스를 공급받지 못하면 여러 EU 국가들은 내년에 가스 저장고를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것이고, 이는 가정과 기업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심한 이탈리아 정부는 신속한 LNG 터미널 건설을 긴급한 국가 안보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이탈리아의 국영 가스망 운영 회사 스남(Snam)은 지난 여름 2척의 선박형 LNG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를 7억5천만 달러(약 9천600억원)에 구매했다.
이 설비는 이탈리아 연간 가스 소비량의 약 15%를 담당할 예정인데, 이탈리아 정부는 2척의 선박 가운데 하나인 '골라 툰드라'를 토스카나주 항구 도시 피옴비노에 정박시키기로 했다.
현재 보수를 위해 싱가포르에 보내진 이 선박형 터미널은 매년 약 50억 세제곱미터(㎥)의 가스를 이탈리아 가스망에 공급하게 된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 정부는 내년 5월 가동 예정인 이 터미널이 이탈리아의 경제와 국가 안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프로젝트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피옴비노 시정부와 시민들은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설비 건설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역 노조와 우파 정치인, 기후운동가, 공산주의자들은 '피옴비노를 팔지 않을 것이다', '재기화 설비는 죽음을 의미한다' 등의 구호 뒤에 하나로 뭉쳤다.
많은 주민은 이 선박 정박을 허용하는 것은 그들의 항구에 거대한 폭탄을 계류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 출신인 피옴비노 시장 프란체스코 페라리도 "국민의 안전보다 에너지 국익을 우선시할 수는 없다"며 로마 법원에 소송까지 제기했다.
피옴비노 주민들은 LNG 터미널이 예전의 철강 도시에서 고대 에트루리아 문명 유적을 앞세운 관광 중심 도시로 재탄생하려는 도시의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들은 또 섭씨 영하 120도 이하에서 가동되고 염소를 배출하는 터미널이 인근 양어장을 포함한 해양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스남은 환경 영향 평가 등을 근거로 프로젝트가 안전하다고 항변하고, 이탈리아 정부도 터미널이 피옴비노에서 3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현지 주민들은 이같은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로마 법원은 이번주 후반 LNG 터미널에 대한 피옴비노 시장의 소송을 심리할 예정이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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