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해의 온상 이태원 참사 댓글… 언론사·포털 추모제 기간 댓글창 운영 중단하기도

구현모 2022. 12. 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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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분들 인터뷰만 해도 악성 댓글이 달립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위원회 관계자는 당분간 이태원 참사 관련한 뉴스 댓글 창을 닫아주길 요청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악성 댓글이 필터링 되지 않아 유족들이 고통받는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보수 유튜버들까지 추모 공간에 접근해 막말을 쏟아내고 갔다고 한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 인터넷 공간 전반에 걸쳐 2차 가해 발언이 재생산되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태원 참사 관련한 언론사 및 포털 기사 댓글 창을 닫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왜곡하거나 참사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듯한 혐오성 댓글로 인해 유가족들이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가 마련한 시민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까지 양대 포털 중 하나인 다음은 이태원 참사 추모제 관련 기사의 댓글 창을 닫아둔 상태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6일 양대 포털과 각 언론사에 “추모제 보도 댓글 창을 닫아달라”고 요청한 것을 수용한 것이다. 이 단체들은 “국내 뉴스유통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양대 포털사업자 네이버, 카카오는 오늘 시민추모제 보도(글·사진·영상)에 대하여 2차 가해의 온상으로 지적받아온 댓글창을 닫아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다음뿐만 아니라 MBC, 한겨레, 연합뉴스 등 언론사는 자체적으로도 자체 홈페이지와 네이버에 게재된 추모제 기사 댓글 서비스를 중단했다. 포털의 정책과 상관없이 언론사가 자신들의 기사 댓글창을 닫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태원 참사 관련 모든 기사 댓글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평소 이태원 참사 관련 뉴스를 자주 접한다는 김모(30)씨는 “소수의 목소리 큰 사람들이 희생자들에 대해 근거 없는 비난을 퍼붓고 있는데 당분간 참사 관련 기사는 댓글이 없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기에 희생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댓글들이 여론이라 생각하지 않고 이를 막는다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25)는 “생존자까지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상황에서 댓글 창을 닫아달라는 요구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모든 뉴스의 댓글 창을 닫는 것은 무리고 어떤 뉴스에 한해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할 것인지 합의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추모제 기사에 대한 댓글 서비스를 언제까지 중단할 지는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카카오 관계자는 “추모제 기사는 댓글을 아직은 닫아둘 예정이며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다른 기사들의 댓글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포털 등에 달리는 악성 댓글들은 주로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왜곡하거나 희생자들에 대한 모욕성 글을 퍼트리는 식이다. 이달 초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성적으로 모욕한 남성 3명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김상현 부장검사)는 9일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유포 혐의로 20대 2명과 30대 1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참사 다음 날인 10월 30일부터 지난달 1일 사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성 희생자와 관련해 음란한 글을 올리고, 참사 현장과 희생자 사진까지 게시하며 성적으로 조롱한 혐의를 받는다.

전문가들도 참사 희생자나 유가족들에 대한 근거 없는 낙인찍기와 혐오 발언이 재생산되고 있는 만큼 한시적으로 댓글 창을 닫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2차 가해가 생존자나 유가족들의 정신건강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위급한 상황”이라며 “표현의 자유도 소중한 가치지만 이태원 참사 같은 큰 재난을 보도할 때는 피해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그래서 한시적으로라도 댓글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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