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무조건 반대는 안 해”···처남-매제 동반 해외 진출, 마냥 꿈은 아니다
1년 뒤, KBO리그는 최고의 타자와 마무리 투수를 동시에 떠나보낼 수도 있다.
이정후(24·키움)가 지난 19일 키움 구단과 내년 시즌 뒤 포스팅에 합의했고, 고우석(24·LG) 역시 최근 LG 구단에 해외 진출 의지를 처음으로 드러냈다. 이정후가 현재 KBO리그 최고의 타자라면 고우석은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해외 진출을 꿈꾸기에 충분한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정후는 때가 되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일찍이 드러냈다. 키움이 소속 선수의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항상 적극적이라 이정후의 도전은 기정사실이기도 했다.
고우석은 약간 다르다. 여느 선수처럼 해외 진출 의지를 갖고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알린 적은 없다. 다만 최근 구단과 에이전시측의 짧은 대화로 해외 진출 의지가 사실상 처음 확인됐다.
지난달 말, 차명석 LG 단장이 ‘다년 계약을 추진할 경우 응할 의사가 있는지’ 타진하자 에이전시는 해외 진출에 도전하고 싶은 고우석의 마음을 전달하며 현재 시점에 다년계약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반응했다. 조건을 주고받은 정식 협상도 아니었던, 1분여 간의 짧은 대화로 고우석 측은 구단에 해외 진출 의사를 매우 일찍, 그러나 확실하게 전달한 셈이다.
고우석 측은 빠르면 내년 시즌 뒤를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무조건 LG 구단의 동의가 필요하다.
고우석은 이정후와 입단 동기다. 그러나 해외 진출 자격을 계산할 때는 조금 달라진다. 둘 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포스팅이나 구단 동의를 통해 해외 진출할 수 있는 자격 ‘7시즌’을 채운다. 이정후는 국가대표로서 가산되는 등록일수까지 더하면 내년 시즌 뒤 당장 자유계약선수(FA)도 될 수 있다. WBC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을 리가 없어 FA도 가능하지만 이정후는 아예 구단으로부터 포스팅에 대한 동의까지 받아낸 상황이다.
반면 고우석은 국가대표를 통한 등록일수가 부족하다. 내년 시즌 뒤 해외에 진출하려면 무조건 LG의 동의가 필요하다.
FA로 가고자 하면 2024년까지 2년을 더 LG에서 뛴 뒤 도전할 수 있다. 이정후가 오로지 메이저리그로 시선을 두고 있는 반면 고우석은 일본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메이저리그 포스팅이 아닌 일본 진출의 경우도 과거 오승환의 사례처럼, 구단의 동의를 전제로 내년까지 7년을 채운 뒤 갈 수 있다.
그럼에도 바로 내년 시즌 뒤, 고우석의 해외 진출 도전이 실현될 가능성은 꽤 높아보인다. 도전 의지를 확인한 LG가 비교적 열린 마음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LG는 지금까지 젊은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고우석이 당장 전력의 핵심 중 핵심이라는 점에서 내년 LG가 우승 한을 풀 수 있을지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일단 열어놓는 분위기다.
차명석 단장은 “아직 된다 안 된다 어느 한쪽으로 말할 때는 아니다. 다만 우리 팀도 젊은 주전들이 성장해서 해외 진출도 하고 커야 한다는 의견이 구단 내에서 나온 지 오래다. 일단 현재로서는 (중요한 선수라) 무조건 반대, 이런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했다.
고우석은 내년 1월6일 결혼한다. 약 보름 뒤면 이정후의 매제가 된다. 처남과 매제가 동시에 해외로, 어쩌면 같이 메이저리그로 가는 진귀한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 마냥 꿈은 아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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