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2023]'배터리소재·태양광' 석유화학에 얼마나 힘 될까

김민성 2022. 12. 2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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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체 생산 증가로 수출 감소 전망
배터리 소재, 태양광 등 '신사업'전망은 밝아
내년에도 전 세계적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미국·중국의 무역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끝을 알 수 없는 대내외 악재도 위기감을 더한다. 기업들은 생산과 투자를 줄이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방어막을 쌓아 올리고 있다. 반도체·배터리·스마트폰 등 각 산업 분야의 내년 성적표를 전망해본다.[편집자]

올해 석유화학 업계는 원유 가격 상승과 전방 수요 감소 등 악재가 겹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내년에도 '인고(忍苦)의 시간'은 계속될 전망이다. 고유가 흐름이 지속되는 데다 전세계적으로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증설하면서 공급량이 수요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사업다각화를 위해 투자해온 배터리 소재, 태양광 등 신사업 전망이 밝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내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덕분이다.

"내년도 어렵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3년 일반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석유화학산업은 수요둔화, 공급과잉, 원가상승 등 삼중고에 직면했다"며 "전방산업 수요 감소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주요 기업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석유화학 수출이 올해보다 줄어든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타격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은 '2022년 수출입 평가 및 2023년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석유화학 수출이 올해보다 9.4% 감소한 508억달러(65조7301억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특히 대(對)중국 수출이 줄어든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중국은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 수출의 39.7% 비중을 차지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중국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 내재화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중국 내 석유화학 생산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제통상연구원은 내년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11.7% 증가한 5억2400만t(톤)으로 예상했다. 중국 내 전체 수요량(4억5600만t)을 웃도는 수치다.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자체 생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입 비중은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유가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악재다.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Naphtha·납사)를 원료로 사용하는 국내 업체들은 원유 가격이 높을수록 수익성이 악화된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22년 하반기 유가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으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당분간 고유가 기조가 유지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체에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업' 전망은 밝다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국내 업체들이 사업다각화를 위해 투자해온 신사업들의 내년 전망은 밝다. 석화업체들은 석유화학 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배터리 소재, 태양광 등 다양한 영역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왔다. 최근들어 투자의 결실을 보고 있다. 기존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의 부진을 새로 키운 신사업으로 일부 만회하고 있다.

올해 3분기 LG화학의 첨단소재부문 영업이익은 4160억원으로,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930억원)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태양광 모듈 사업을 하는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부문(큐셀 부문)도 16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체 이익의 46.5%를 차지했다. 

최근엔 롯데케미칼도 2조7000억원을 투입해 배터리 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석유화학 불황이 계속되자 사업 다각화를 위해 배터리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내년부턴 IRA 시행으로 2차전지와 태양광 사업의 급성장이 예상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전기차와 태양광 등 친환경 사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내년부터 IRA 보조금이 지급되기 시작하면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수요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 수석연구원은 "다변화된 제품 포트폴리오 보유 여부, 비화학 사업 등으로의 사업 다각화 여부는 최근 업황 저하기에 업체별 신용도 방향성을 정하는 차별화 요인"이라며 "전지 및 전지소재 등 비화학 비중이 높은 업체의 경우 석유화학 경기 악화에도 양호한 영업실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이 코로나 봉쇄를 완화하면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증가세에 들어섰다는 것도 호조 요인이다. 특히 내년 의료용 장갑 등의 재료로 사용되는 NB라텍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관련 사업에 투자해온 금호석유화학도 수혜가 예상된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선회로 제품 가격 상승이 포착되고 있다"며 "일부 제품군을 중심으로 구매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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