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밖으로 나온 방사선 촬영장치…"1대당 1천만원 비용절감"

2020년 1월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선별 진료소에서 방사선사들이 감염증 선별에 필요한 엑스레이 촬영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규제에 막혀 의료기관 이외에선 사용할 수 없었던 '방사선 촬영장치'가 병원 밖으로 나왔다.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덕에 의료기관 밖에서도 이동식 방사선 촬영이 가능해지면서 의료시설이 취약한 지역이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기회가 확대됐다.

의료용 방사선 기기 개발 전문업체 레메디가 개발한 '포터블 방사선 촬영장치'는 이동이나 현장 설치가 용이하며 초소형 X선 튜브와 고전압 발생장치로 저선량·고화질 촬영이 가능하다. 레메디는 해당 서비스를 국내 의료기관과 보건소, 군부대, 코로나19 선별진료소, 구급차, 대한결핵협회 등 병원 외부 의료 서비스 등에 약 4300대 공급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레메디의 '포터블 방사선 촬영장치'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에 해당돼 이를 의료기관 외부에서 사용하는 것이 제한된다. 또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응급환자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료기관을 설치하지 않고 의료업을 할 수 없다. 방사선 촬영이 의료기관 밖에서 가능한 의료행에 해당하는지도 불분명했다.

이에 레메디는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포터블 방사선 촬영장치'의 임시허가를 신청했다. 전문위원회는 재난지역이나 사회적 약자, 응급상황 등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접근성 확대와 시장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이를 허용했다. 다만 방사선 노출로 인한 사고방지를 위해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조건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이다.

조건은 장비 사용 시 간이 칸막이와 납치마를 사용해야 하고 의사나 치과의사, 방사선사, 취위생사만 장비를 사용하도록 제한한다는 것 등이다. 또 칸막이 바깥쪽에서의 방사선 누설선량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했다.

레메디는 서비스 상용화를 위해 국내·외 의료기기 안전인증을 획득하고 누설 방사선량 기준을 충족해 안전성 확보를 완료했다. 또 타사 제품 대비 관전압·관전류가 높아 촬영 시간을 3배 이상 줄이고 움직임에 의한 영상 품질 저하를 최소화했다는 것도 장점이다. 짧은 촬영시간으로 호흡이나 인체 내부 장기 움직임에 의한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고 고령 또는 의식이 없는 환자를 촬영할 때 유리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해당 서비스의 상용화가 가능해지면서 의료기관들은 기존 대형·고정형 방사선 촬영기기 대비 경제적 비용을 절감하고 장소 제약 없는 의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별도의 촬영실·차폐실 공간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대당 약 1000만원 수준의 비용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기대된다. 응급상황에서 실시간 환자 상태 파악이 용이해 현장조치 시 시간적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또 의료시설이 취약한 지역이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수혜 기회도 확대될 전망이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