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가 협상 도구입니까"…이태원 유가족 '절규'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저희가 다 죽어야 당신들이 움직입니까!"
20일 국민의힘 국정조사 특위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첫 간담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은 정부여당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유가족들은 울부짖으며 국민의힘의 국정조사 즉각 복귀·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선(先) 예산안 처리·후(後) 국정조사' 합의 파기를 이유로 국정조사에 불참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요청으로 성사됐다. 간담회에 유가족 19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이만희(간사)·박성민·김형동·전주혜·조은희 의원, 당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 특위 위원인 서범수 의원, 정희용 원내대표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공개 발언은 주 원내대표와 유가족협 측 2명으로 사전 조율됐지만, 유가족 1명이 추가로 발언을 요청해 비공개 전 총 4명이 마이크를 잡았다. 간담회는 총 140여분간 진행됐다.
우선 국민의힘은 철저한 배·보상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약속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이런 일이 대한민국 서울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상상도 이해도 잘 안 된다"며 "수사든 국조든, 필요하다면 특검을 통해서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책임 물을 사람에게 책임을 묻겠다. 배상이 될지 보상이 될지 모르겠지만 철저한 배·보상을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촘촘히 짜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 요청사항이나 비통한 마음을 듣고, 국조 과정에서 우리 당이 뭘 해야 할지 듣는 시간"이라며 "진작 여러분들 뵙고 말씀을 들었어야 했는데 늦어서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무관하다며 국민의힘의 조속한 국정조사 복귀를 읍소했다. 일부 당 인사들의 관련 실언도 강력 성토했다.
이종철 유가족협 대표는 주 원내대표를 향해 "국정조사가 동네 이장회의인가. 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뭘 하는 건가"라며 "희생자들이 협상 도구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로 생명을 잃은 고(故) 이지한씨 부친이다.
이 대표는 "예산안 처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결의가 국정조사와 무슨 관련이 있길래 '이거 주면 이거 할게', 국회가 애들 장난인가. 우리가 그렇게 우습나"라며 "무슨 상관이 있다고 딜(거래)을 하고 협상을 하나. 여기가 시장판인가. 정중하게 말씀드린다. 내일이라도 당장 (국정조사에) 복귀하시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미나 창원시의원 등 일부 여당 인사의 이태원 참사 관련 막말 논란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2차 가해는 다른 국민들이 하는 게 아니다. 국민의힘 간판을 가진 분들은 전부 입이 그렇게 더럽나"라며 "시체팔이? 당신 자식이 죽었는데 경찰관이 수사 안 한다. 분통이 터지겠나 안 터지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제 국민의힘 내부에서 비슷한 발언을 했는데 왜 번갈아가면서 우리를 죽이려고 하나"라며 "저희가 다 죽어야 당신들이 움직이나. 아니면 다 죽어야 발뻗고 잘 것인가. 국회가 동네 이장회의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가 "우리 지한이가 무슨 죄가 있나"라며 울부짖자 주 원내대표가 이 대표 자리로 이동해 안아주기도 했다. 이어 "제발 대표님, (다른) 의원님들 주둥이 좀 단속해달라. 그게 입인가"라며 분개했다. 회의장 곳곳에서 유가족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맴돌았다.
이정민 유가족협 부대표는 "참사 이후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그렇게 손을 내밀었는데 아무도 저희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며 "저희가 요구하는 것은 절대 무리하거나 수용하기 힘든 것들이 아니다. 부모로서 가족으로서 당연히 아쉽고 힘든 것을 들어달라고 사정하고 요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58명이 아깝게 목숨을 잃었지만 그 가족 500, 600명 모두 삶을 잃었다"며 "너무 처참하고 힘들고 하루하루 지옥같이 살고 있다. 그 마음을 보듬어 주지 않으면 정부여당이 왜 필요하나"라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어떻게 왜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그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제대로 된 국정조사를 해주시고,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주길 바란다. 아이들과 유가족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대표는 "국정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게끔 방해하거나, 진상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시 저희는 밖으로 나가겠다"며 "자식 잃은 부모는 두렵지 않다. 저희는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공개 발언권을 얻은 고 박가영씨 모친은 "저는 20년 동안 '가영이 엄마'였는데 '가영이 유가족'이 됐다"며 "우리는 아이의 마지막을 누구도 알지 못한다. 158개 죽음이 있는데 아무도 내 아이의 마지막을 아는 사람이 없다"며 울먹였다.
이어 "부모가 돼서 우리 아이가 마지막에 어떤 모습으로 갔는지 알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제발 국정조사해서 우리 아이들 마지막만이라도 알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의원님들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서운한 말씀 한마디 하면 그거 힘입어서 지지하는 분들이 열배로 우리한테 갚는다"며 "의원님들 지지하는 분들이 (분향소) 오셔서 우리 애들 영정에 대고 욕한다. 그 소리를 온전히 듣다가 우리는 기절한다"고 말했다.
약 30여분간 진행된 공개발언 이후 간담회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국정조사 특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참사 발생 50여일이 지나 유가족 여러분을 만나게 된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사과 말씀을 드렸다"며 "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가 늦어진 것에 사과의 말씀과 늦어진 이유, 현 상황을 말씀드렸다. 국조 특위가 언제든 가동될 수 있도록 양당 간사 간 협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는 말씀도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를 당에서 조치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주 원내대표는 충분하고 빠르게 조치하겠다고 말씀하셨다"며 "녹사평에 설치된 분향소가 시설도 그렇고(좋지 않고) 추워서 장소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말씀, 생존자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촉구하는 말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정조사 복귀 여부에 대해서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주 원내대표도 충분히 내용을 들었고, 국조위원들이 다시 모여 회의를 이어갈 생각이다. 결과가 나오면 말씀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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