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 '영웅'을 담기엔 '국뽕'도 작다 [무비뷰]

서지현 기자 2022. 12. 2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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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는 이야기지만, 보는 순간 가슴이 벅차오를 수밖에 없다.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제작 JK필름)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정성화)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다.

그렇게 시작된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는 그가 동료들과 함께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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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웅 리뷰 / 사진=영화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모두가 아는 이야기지만, 보는 순간 가슴이 벅차오를 수밖에 없다. 다만, 모두의 '영웅'을 표현함에 있어 단순히 '국뽕'이라는 단어로 얼버무리기엔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너무 크다.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제작 JK필름)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정성화)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다.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결연함에 찬 안중근과 함께 막이 오른다. 이어 안중근 의사는 허허벌판인 러시아 설원에서 동지들과 왼손 약지를 자르는 단지동맹을 맺으며 '그날을 기약하며'를 열창한다.

그렇게 시작된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는 그가 동료들과 함께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마침내 동료들의 도움과 희생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는 데 성공한 안중근은 일본인들로 가득한 법정에 서게 된다.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안중근은 '누가 죄인인가'를 목놓아 부르며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 영웅 리뷰 / 사진=영화 스틸컷


'영웅'은 지난 2009년 초연된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그동안 뮤지컬 작품을 스크린으로 옮겨온 적이 전무했던 만큼, 오리지널 뮤지컬이 영화화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에 윤제균 감독이 택한 것은 국내 최초 현장 라이브 녹음 방식이다. 배우들은 실제로 촬영장에서 모든 넘버를 소화했고, 이는 곧 생생하게 관객들에게 전달됐다.

무엇보다 이 모든 바탕에는 오리지널 뮤지컬부터 안중근 의사 역을 맡아온 배우 정성화의 힘이 컸다. 오랜 시간 안중근 역을 소화해온 정성화는 뮤지컬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스크린을 채웠다. 덕분에 뮤지컬 원작팬들 역시 스크린 속 '영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또한 원작과 다르게 각색된 부분을 찾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원작 뮤지컬에서 중국인으로 그려졌던 왕웨이와 링링은 마두식(조우진)-마진주(박진주) 남매로 변신했다. 여기에 안중근을 짝사랑했던 마진주는 유동하(이현우)와 풋풋한 러브라인을 그린다.

다만 러브라인과 몇몇 웃음 포인트들은 아쉬움을 남긴다. 극 중간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은 확실하나,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웃음보다는 다소 인위적이고 소위 '오글거리는' 모습들로 튀어나온다.

그럼에도 '영웅'은 단순히 '국뽕'을 앞세워 몰아치는 신파극이 아니라, 담담하지만 강단 있게 읊조리는 방식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이는 모두 배우들의 강약 조절 덕분이다.

특히 작품 후반부 안중근 의사의 모친 조마리아 역을 맡은 배우 나문희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투박하지만 아들 안중근을 향해 진심을 담은 나문희의 노래와 연기는 그 어떤 장면보다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어쩌면 '영웅'은 뻔하디 뻔한 이야기를 담는다. 그러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볼 수밖에 없는 서사를 그려낸다. 여기에 국내에선 불모지로 꼽히는 뮤지컬 영화 장르를 앞세운 이들이 코로나19로 긴 기다림 끝에 베일을 벗은 가운데 과연 뮤지컬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개봉 예정.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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