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진두지휘' 제임스 웹, 정말 동성애자 차별했나
NASA "직접 관련 없어" 진화, 명칭도 유지 방침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신비로운 우주의 모습을 포착해 지구로 보내오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하 웹 망원경) 가동을 계기로 시작된 성소수자 차별 논란으로 미국 과학계가 어수선하다.
반세기 전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을 이끈 공로로 망원경에 이름을 남기게 된 제임스 웹 전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이 재직 당시 동성애자를 차별 대우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후 반박과 재반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탓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어떻게 웹 망원경 명명 작업이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와의 싸움으로 옮아갔나"라며 관련 논쟁을 소개했다.
NASA는 2002년 웹의 생전 공로를 인정, 허블 우주망원경 대체를 위해 도입을 추진하던 차세대 망원경에 그의 이름을 붙이기로 결정했다.
당시만 해도 이 결정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십여년이 지나고 망원경 완성이 점차 가시화하면서 하나둘씩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성 소수자를 대량 해고한 트루먼 정부에서 웹이 국무부 차관을 지냈고, 1963년 NASA 직원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쫓겨날 당시 국장이었다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2015년 과학 저널리스트 매슈 프랜시스는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 기고문에서 "웹이 국무부에서 반동성애 숙청 움직임을 주도했고, 동성애자에 대한 경멸감을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프랜시스는 미국의 유명 천문학자인 챈다 프리스콧-와인스타인으로부터 의혹에 대한 귀띔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론물리학자이자 페미니스트로 자신을 소개하는 프리스캇-와인스타인은 뉴햄프셔대 교수로, 각종 정치 활동도 병행 중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랜시스가 다른 국무부 관리를 웹으로 오인해 글을 썼던 것으로 드러났고, 기고문의 해당 부분은 조용히 삭제됐다.
이후 웹을 향한 비난에 객관적 근거가 없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NASA 소속 천체물리학자이자 전미흑인물리학자협회를 이끄는 하킴 올루세이는 지난해 관련 기록물 분석과 역사학자들 면담 결과를 종합해 작성한 글을 통해 "웹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제로'(0)"라고 밝혔다.
NASA의 수석 역사학자인 브라이언 오덤도 총 89쪽에 이르는 보고서에서 "웹에 대한 비난은 잘못된 것"이라며 "웹이 개인의 성적 지향과 관련한 어떠한 행동이나 조치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논쟁의 불씨는 꺼지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더 타오르고 있다.
프리스콧-와인스타인은 "억압적인 정부의 한복판에 있었던 한 죽은 백인을 그냥 무죄로 만들어줄 수는 없다"며 굽히지 않았고, 과학계 구석구석으로 번져갔다.
작년엔 웹 망원경을 실은 로켓 발사를 앞두고 망원경 개명 요구에 과학자 1천700여 명이 서명했다.
지난 4월 미국천문학회(AAS)는 NASA의 웹 망원경 명명 과정에 대한 공식 보고서를 요구하고 나섰고, 10월에는 영국왕립천문학회(RAS)도 "웹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학계 논문에 '제임스 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고 'JWST'라는 망원경의 영어 약자만 표기하자고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웹이 구체적인 차별적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더 적극적으로 성소수자 권익을 옹호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프리스콧-와인스타인이 "웹이 급진적인 자유 투사였다면, 과연 트루먼 행정부에서 일했겠나"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취지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웹이 미 국무부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1940∼1950년대의 시대적 맥락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성소수자 역사 연구 전문가들에 따르면 동성애자 권리 운동이 사실상 존재하지도 않았던 당시 상황에 '호모포비아'라는 표현을 붙여 비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다.
논쟁이 과열 양상으로 흐르며 감정 싸움과 '좌표찍기'와 같은 현상도 벌어졌다.
웹과 관련한 의혹을 일축했던 올루세이가 프리스콧-와인스타인으로부터 "동성애 혐오를 옹호한다"는 비난을 받았고, 이후 웹 비판론자들의 갖은 인신공격에 시달려야만 했다고 NYT는 꼬집었다.
NASA는 지난 10월 "웹 망원경 명칭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12월 25일 발사된 웹 망원경은 올 2월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구에서 약 160만㎞ 떨어진 '제2 라그랑주 점'(L2)에 안착했다. 6월 태고적 우주의 이미지를 담은 풀컬러 사진을 처음으로 전송해온 후 미지의 영역이었던 우주 곳곳의 모습을 담아 인류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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