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노동자 합숙소 인천 ‘미쓰비시 줄사택’ 문화재로 보존된다
‘철거’와 ‘보존’ 논란을 빚었던 일제강점기 군수공장인 조병창에 강제동원된 노동자들의 합숙소인 ‘미쓰비시 줄사택’이 보존된다. 인천 부평구는 보존을 위해 문화재 등록 절차를 추진하기로했다.
20일 부평구는 ‘미쓰비시 줄사택 민관협의회’가 현재 남아 있는 줄사택 6개동을 보존하는 내용의 정책 권고안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권고안에 따라 부평구는 내년부터 미쓰비시 줄사택에 대한 문화재 등록을 추진해 체계적인 보존·활용에 나설 방침이다.
부평구는 주민편의시설과 행정복지센터를 짓기 위해 2018∼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미쓰비시 줄사택 9개동 중 3개 동을 철거했다. 나머지 6개동 가운데 4개동도 추가로 철거해 공영주차장을 조성하려했다.
그러나 주차장을 건설하면 역사적 의미를 지닌 미쓰비시 줄사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역사회 우려와 문화재청도 ‘일제강점기 노동자 사택으로 역사적 장소로 보존 및 활용돼야 할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어 보존해야 한다’며 보존 권고를 했다.
이에 부평구는 주차장 건립을 중단하고 역사·도시·건축 분야 전문가와 주민, 공무원 등 16명으로 지난해 8월 민관협의회를 구성, 운영했다. 민관협의회는 지난달까지 5차례 논의를 통해 정책권고안을 확정했다.
정책권고안은 부평구는 미쓰비시 줄사택이 보존돼야 할 지역유산임을 확인하고, 지역 자산으로서 가치 증진을 위한 보존·활용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또한 미쓰비시 줄사택의 문화재 등록을 추진하고, 그 활용과 관리에 각계의 폭넓은 의견을 들어 추진에 최선을 다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고려해 신속히 사업을 추진하며 장기간 줄사택으로 인한 주민 생활불편을 고려해 주민편의시설 및 주변 정주환경 개선방안도 반영해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
미쓰비시 줄사택은 1938년 일제가 일본군 군수물자 보급공장인 육군 조병창에 강제 동원된 노동자들의 합숙소다. 집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어 ‘줄사택’ 이라 한다.
일제강점기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노동자들이 묵었던 줄사택의 현장이 그대로 보존돼 일본육군 조병창과 더불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강제동원 현장으로 역사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미쓰비시의 강제동원 흔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등 문화재적 가치도 높다.
차준택 부평구청장은 “미쓰비시 줄사택 민관협의회에서 주민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문화재도 보존·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권고한 만큼, 향후 문화재 등록을 통한 보존과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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