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타율 10위도 FA 시장 찬밥 신세…똑딱이 타자 가치 폭락

조형래 2022. 12. 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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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DB

[OSEN=조형래 기자] 타율로 타자를 평가하는 시대는 완전히 지나간 것일까. ‘현역 타율 10위’의 타자도 FA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타율은 컨택 능력이 좋은, 방망이를 잘 다루고 잘 치는 선수에게는 최고의 기록이었다. 타격왕은 이들에게 훈장이었다. 여전히 타율은 타자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타격 재능을 알아볼 수 있는 직관적인 지표다. 안타를 많이 치면 올라가는 수치인 타율에 대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야구가 점점 체계화되고 고도화 됐다. 세이버매트릭스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타율이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 등 모든 안타의 가치를 똑같이 평가하기에 타자의 생산력을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데이터 분석이 강화되면서 안타 하나도 세밀하게 파고들 수 있게 됐다. 안타의 질을 따지기 시작했고 안타로 기록되는 타구의 가치들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또한 구장과 수비 능력과 시프트 등 외부 요인들도 감안하기 시작했다. 인플레이 타구 타율의 개념이 등장했다.

여기에 타격 생산력과 득점 생산력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안타 뿐만이 아니라 볼넷을 많이 얻어내고 적게 아웃되는 출루 능력에도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 안타의 가치가 세분화 되면서 장타력 역시도 이전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는 이제 타자의 가치와 생산력을 보다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됐다.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 OPS+(조정 OPS), wRC+(조정 득점 생산력) 등 타자들의 생산력을 나타내는 세밀하고 고도화된 수치들도 등장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타율의 가치는 점점 폭락했다. ‘똑딱이’로 표현되는 타율만 좋은 타자가 높은 평가를 받는 시대는 지났다. 물론 타격 생산력이 좋은 타자가 타율도 좋기 마련. 하지만 타율이 좋다고 모두가 타격 생산력이 좋은 건 아니다. 타율이 생산력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확해지고 있다. 타자의 가치 평가 목록에서 타율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올해 FA 시장에서 둥지를 찾은 선수들은 모두 포지션의 특성과 수비적인 요인, 그리고 타격 생산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양의지, 박동원, 유강남 등 포수 FA들은 저마다 가치를 인정 받았다. 두산 양의지는 전반적인 타격 능력이 출중하고 투수 리드와 리더십도 갖춘 선수다. LG 박동원은 장타력과 도루 저지가 좋다. 롯데 유강남은 프레이밍과 건강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롯데 유격수 노진혁은 20홈런을 칠 수 있는 능력을 인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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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FA 시장에서 C등급 선수인 이명기(35)는 타격 재능과 능력 만큼은 앞서 언급한 선수들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통산 타율 3할6리7모(3577타수 1097안타)를 기록 중이다. 현역 타율 10위에 올라 있다. 2006년 SK(현 SSG)에 2차 8라운드로 입단했다. 2017년 KIA로 트레이드 됐고 타율 3할3푼2리(464타수 154안타) 9홈런 63타점 79득점 8도루 출루율 3할7푼1리 장타율 .459 OPS .830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KIA의 통합 우승에 공을 세운 복덩이였다.

2019년 NC로 트레이드 됐지만 커리어가 꼬였다. 지난해 방역 수칙 위반 파문으로 징계를 받았다. 올해 복귀 후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 94경기 타율 2할5푼7리(300타수 77안타) 23타점 36득점 출루율 3할2푼8리 장타율 .313 OPS .642로 생산력이 더 떨어졌다.

타율 3할은 보장된 선수. 하지만 생산력이 좋은 선수라고 평가하기 힘들다. 통산 OPS는 .759다. 출루 능력이 타격에 비해 부족하고 무엇보다 장타력이 부족한 똑딱이 선수다. 올해를 기점으로는 노쇠화라는 의문부호를 붙여도 이상하지 않은 성적이다. 

현재 FA 시장에서 이명기에 대한 수요는 전무하다. 원 소속팀 NC는 이명기와 계약할 의사가 없다. C등급 FA 선수로 보상선수 제약도 없지만 타 구단의 관심도 못 받고 있다. 시대의 흐름, 세대교체의 기조 등 복합적인 요소가 겹치면서 이명기를 향한 수요가 없다시피하고 있다. 

현역 타율 10위라는 이명기 커리어 나름의 훈장과 타이틀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시대의 역풍을 맞고 FA 시장에서도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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