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SR 통합, 결국 ‘판단 유보’…연 400억 중복비용 어쩌나

최하얀 2022. 12. 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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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아르(SR) 분리 운영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 자문기구가 2년에 가까운 논의 끝에 '판단 유보' 결론을 내렸는데도, 추가 논의 없이 경쟁 체제 굳히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정부는 경쟁체제 덕에 케이티엑스 마일리지 제도가 부활했고, 에스아르 열차 운임이 10% 인하되는 등 이용자 편의가 늘어난 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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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산업 ‘거버넌스 분과위’ 2년여 논의 끝
정부, 추가 논의없이 “경쟁체제 그대로”
철도노조 쪽 “민영화 정책 가속화 포석”
서울 강남 수서역에 정차 중인 에스아르(SR) 열차 에스아르티(SRT) 모습. 정부의 철도 운영 공기업 분리 체제로 수서역에는 코레일의 케이티엑스(KTX)가 정차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비수도권 일부 지역 주민들은 수서역에 당도하려면 케이티엑스를 타다가 중간에 에스아르티로 환승해야 하는 등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아르(SR) 분리 운영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 자문기구가 2년에 가까운 논의 끝에 ‘판단 유보’ 결론을 내렸는데도, 추가 논의 없이 경쟁 체제 굳히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에 따라 연 400억원이 넘는 중복비용 발생과 이용자 불편 누적 문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철도산업 ‘거버넌스 분과위원회’가 “철도 공기업 경쟁체제 유지 또는 통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는 종합의견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분과위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철도 경쟁체제 효과와 부작용을 평가하고자 구성한 정부 자문기구다. 코레일 노사, 에스아르 노사, 국가철도공단 노사 등 6명과 민간 전문가 5명, 소비자 단체 대표 2명 등 13명으로 구성됐다.

거버넌스 분과위는 지난해 3월부터 2년 가까이 철도 경쟁 체제를 두고 찬반 논의를 해왔다. 그리고 19일 ‘판단 유보’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국토부가 전했다. “분과위가 코로나19 때문에 경쟁체제가 정상 운영된 기간이 3년(2017∼2019년)에 불과해 분석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철도 이용률이 거의 회복된 상황인데도 추가 평가는 없을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공공부문 내에서 건강한 철도 경쟁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경쟁체제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철도 공기업 2개가 운영됨으로써 인건비, 설비비, 판매관리비 등에서 발생하는 연 최대 406억원(분과위 평가 결과)의 중복비용이 앞으로도 누적될 전망이다. 서울 강남에 있는 수서역에는 코레일 열차가 정차할 수 없어 생기는 이용자 불편도 계속된다. 현재 비수도권 일부 지역 주민들은 서울 강남권으로 가려면 코레일의 케이티엑스(KTX) 열차를 타다가 에스아르 열차로 갈아타고 있다. 코레일-에스아르 간 승차권 변경이 불가능해 취소 뒤 재예매해야 하고, 코레일 열차와 달리 에스아르 열차를 타면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로 옮길 때 환승할인이 적용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 방안이 없다.

정부는 경쟁체제 덕에 케이티엑스 마일리지 제도가 부활했고, 에스아르 열차 운임이 10% 인하되는 등 이용자 편의가 늘어난 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마일리지 제도 부활은 경쟁체제와 무관하게 결정된 것이라는 게 전국철도노조의 지적이다. 에스아르 열차 운임은 2013년 국토부 철도산업위원회가 에스아르에 고수익 노선을 떼어주면서 결정한 운영조건이었다. 철도노조는 국토부 발표 뒤 성명서를 내어 “두 기관을 통합하면 열차 운행횟수를 늘려 케이티엑스 운임 하향조정도 가능하다”고 맞섰다.

철도노조는 “국토부는 이미 코레일로부터 관제권과 시설 유지·보수도 분리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며 “경쟁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이날 결정은 앞으로 펼치려는 민영화 정책을 가속화하려는 포석”이라고 했다. 철도 운영사 분리체계를 비판해 온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성명서를 내어 “이날 발표는 코레에스아르을 통합할 의지가 없는 국토부 관료들의 책임회피와 시간끌기가 낳은 예정된 결론”이라며 “그러나 두 기관 통합이야말로 공기업 유사·중복기능 조정이라는 윤석열 정부 정책 방향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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